고종이 러 황제에 준 장승업 그림, 127년만에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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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박물관 내일부터 특별전
‘흑칠나전이층농’ ‘백동향로’ 등
니콜라이 2세 대관식때 보낸 5점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복원 지원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이 그린 ‘노자출관도’(왼쪽 사진)와 ‘취태백도’. 조선 장인들이 만든 ‘흑칠나전이층농’(오른쪽 위 사진)과 ‘백동향로’(오른쪽 아래 사진). 이 유물들은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 때 고종이 선물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조선 후기 화가 장승업이 그린 ‘노자출관도’(왼쪽 사진)와 ‘취태백도’. 조선 장인들이 만든 ‘흑칠나전이층농’(오른쪽 위 사진)과 ‘백동향로’(오른쪽 아래 사진). 이 유물들은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 때 고종이 선물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조선 고종(1852∼1919)이 1896년 5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1868∼1918)의 대관식을 맞아 전한 외교 선물 5점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서 127년 만에 공개된다. 고종은 1896년 2월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아관파천을 했고,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민영환(1861∼1905)을 전권공사로 하는 사절단을 파견하면서 선물을 총 17점 보냈다.

이 유물 5점은 크렘린박물관에서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시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에 나온다. 공개되는 유물 가운데 ‘흑칠나전이층농’은 고종의 특명으로 당대 가장 뛰어난 나전 장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 하단부에 십장생(十長生) 문양 나전을 부착해 니콜라이 2세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1920년 일본에 실톱이 도입되며 자개를 실처럼 잘게 잘라 붙이는 ‘끊음질’ 나전 기법이 유행했는데, 이 작품은 일본보다 30년 앞서 이 기법이 적용돼 공예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복원을 지원했다.

학계에도 보고된 적이 없는 천재 화가 장승업(1843∼1897)의 걸작 2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공개되는 작품은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연작 4점 중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와 ‘취태백도(醉太白圖)’로, 두 작품 모두 가로 65cm, 세로 174.3cm 크기의 대작이다.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이라는 서명 앞에 ‘朝鮮(조선)’이라는 국호를 붙여 이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 등의 글자를 새긴 백동향로 2점도 선보인다. 향로의 모양은 각각 사각형과 원형으로 대관식의 취지에 맞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뜻의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나타냈다고 평가된다. 정교하게 투조한 문양의 구조는 일반적인 공예품에서 보기 어려운 복잡하고 세밀한 얼개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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