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 걱정하던 문학소녀, 14조원 ‘기부 여왕’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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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베이조스 前부인 스콧 조명

자선사업가 매켄지 스콧은 2019년 1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와 이혼하며 아마존 주식 4분의 1을 증여받은 뒤 그해 5월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매켄지 스콧 인스타그램
자선사업가 매켄지 스콧은 2019년 1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와 이혼하며 아마존 주식 4분의 1을 증여받은 뒤 그해 5월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매켄지 스콧 인스타그램
30여 년 전 월세를 걱정하던 여성이 이제는 수십억 달러를 기부하는 자선가가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 시간) 경영전문지 포브스 기준 자산 450억 달러(약 55조 원)를 보유한 매켄지 스콧(52) 이야기를 소개했다. 스콧은 2019년 1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와 이혼하고 그해 5월 자신의 자산 절반 이상을 기부한다고 약정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는 공식적으로 120억 달러(약 14조8320억 원)를 기부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부부나 베이조스를 비롯한 미국 대표 거부들이 여태껏 기부한 액수보다 많다.

NYT는 스콧의 인생은 ‘새옹지마(the lost horse·잃어버린 말)’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했다. 스콧은 2013년 TV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일이 나중에 돌아보면 가장 감사한 일이 되기도 하고, 가야 할 곳으로 이끌기도 한다”며 ‘인생사 새옹지마’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복한 유년을 보냈지만 17세 때 아버지 직장이 파산해 스콧은 사립 기숙학교를 나와야 했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프린스턴대 등록금을 내기도 했다. 1992년 스콧이 스승이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에게 보낸 편지에는 뉴욕에서 소설가를 꿈꿨지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춘의 심경이 담겨 있다. 프린스턴대 도서관이 소장하던 이 편지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피로와 좌절로 쓰러지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단조로움의 고통을 곱씹기도 해요. 또 이런 단조로움의 대가로 받은 푼돈으로 집세나 낼 수 있을지 걱정도 하고요.”

그해 결국 금융회사에 취업한 스콧은 이듬해 동료 베이조스와 결혼했다. 35세인 2005년에야 소설가 꿈을 이뤘던 그는 한 인터뷰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금융권 취업은 고려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생활고에 떠밀려 한 취업이 그를 자선가의 삶으로 이끈 셈이다.

NYT에 따르면 스콧의 이혼 절차가 마무리된 2019년 델라웨어주에 법인 ‘잃어버린 말(The Lost Horse)’이 설립됐다. 이 법인은 미국 전역 비영리단체에 익명의 기부자가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고 싶다고 연락하기 시작했다. 익명의 기부자는 스콧이었다. 잃어버린 말은 1257개 단체에 기부했다. 해비탯을 비롯한 대형 단체를 제외하고 그의 세세한 기부 내역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nyt 베이조스 前부인#매켄지 스콧#기부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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