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노인들에 ‘희망 손수레’ 성탄 선물

  • 동아일보

캐리커처 인연 ‘희망얼굴’ 회원들

캐리커처 모델이 된 인연으로 모인 ‘희망얼굴’ 조동욱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회원들이 21일 폐지를 줍는 노인 2명에게 ‘희망 손수레’를 전달하고 있다. 희망얼굴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만들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캐리커처 모델이 된 인연으로 모인 ‘희망얼굴’ 조동욱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회원들이 21일 폐지를 줍는 노인 2명에게 ‘희망 손수레’를 전달하고 있다. 희망얼굴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만들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갖고 다니던 수레는 폐지가 조금만 쌓여도 인도를 올라갈 때 턱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어요. ‘희망 손수레’는 튼튼하면서도 가벼워 조작이 편해요. 마음에 쏙 드네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사는 송모 씨(77·여)는 성탄절을 나흘 앞둔 21일 상당구의 한 고물수집상에서 ‘희망 손수레’라 이름 붙은 폐지 수집용 손수레(카트)를 선물받았다. 카트는 ‘ㄴ’자 형태로 손잡이 아래에 빈병을 담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고, 박스 같은 큰 폐지를 담아도 떨어지지 않을 크기의 바닥판에 바퀴 4개가 달렸다. 바닥판 앞면과 옆면에는 폐지더미를 묶는 끈을 거는 고리들이 달렸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해 안성맞춤으로 제작됐다.

송 씨에게 카트를 선물한 사람들은 ‘희망얼굴’ 회원들이다. 이 회원들은 지선호 충북도교육청 중등장학관(56)이 2년간 그린 캐리커처의 주인공이다.

지 장학관은 청주 가경중 교감이던 2005년 자유학기제를 준비하면서 독학으로 캐리커처를 익혔다. B5용지 크기 화선지에 붓펜으로 밑그림하고 동양화 물감으로 색을 입힌 뒤 희망을 담은 문구를 캘리그래피 방식으로 적어 한 장의 캐리커처를 완성한다. 지금까지 학생은 물론이고 교직원, 주민 등 약 1000명의 얼굴을 그렸다. 올 7월에는 작품을 모아 전시회 ‘희망얼굴 노적성해(露積成海)’를 열었다.

전시회 당시 서로의 얼굴을 처음 본 캐리커처 모델 일부가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만든 모임이 희망얼굴이다. 회장은 음성분석 전문가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59)가 맡았다.

모임을 만든 뒤 회원들은 주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조금씩 했다.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가출 청소년 쉼터에 빔 프로젝터를 기증했고, 올여름 청주 폭우 피해 때는 수해복구 활동과 수재민 위로 방문 등을 했다. 그리고 추위 속에도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카트는 반도체 설비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김일복 회원(52)의 재능기부 작품이다.

조 회장은 “어르신의 의견을 들어가며 손수레 업그레이드를 계속해 나가겠다. 충북은 물론이고 전국의 폐지 줍는 노인에게 희망 손수레를 보급하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캐리커처#희망얼굴 회원들#희망 손수레#성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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