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우리 대학 스타/충남대 연예동아리 ‘입큰개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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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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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주고 보람 얻는 ‘대학가의 비타민’

노래-춤-개그-MC ‘예비 스타’ 50여명 활동
1년에 2,3차례 사회복지시설 찾아 공연도

충남대 종합연예동아리 입큰개그리 회원들은 “모방보다는 창조, 방관보다는 참여의 자세로 문화의 주체자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충남대 종합연예동아리 입큰개그리 회원들은 “모방보다는 창조, 방관보다는 참여의 자세로 문화의 주체자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방학 중이라서 학생들을 보내드리기 어렵습니다. 내년 봄에나 가능합니다.” 14일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학생회관 지하에 있는 ‘입큰개그리’ 동아리 방. 대전에 있는 한 기업체에서 송년회에 노래와 비보이 팀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으나 또 사양을 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사방에서 출연교섭이 와요.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백화점, 기업체, 사회단체 등에서도….”

충남대 종합연예동아리인 입큰개그리는 그야말로 ‘잘 나가는’, ‘돈버는’ 대학 동아리다. 1988년 창립된 뒤 지금까지 22기를 배출했다. 처음엔 노래와 개그를 배우는 동아리였으나 지금은 노래, 댄스(비보이, 팝핀, 걸스힙합), 개그, MC 파트로 나뉘어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14일 오후에 찾은 동아리 방은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몇 명만 모여도 개그팀은 반드시 웃게 만든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만든 이야기인지 몰라도 한마디 한마디가 박장대소로 이어진다. 좁은 동아리이지만 팝핀 연습도 하고 있었다.

회장 최용화 씨(23·식품공학과 2)는 “거리에서 춤을 추면 이상하게 보지만 무대에서 춤을 추면 박수를 보내지요. 자기표현을 맘껏 할 수 있다는 게 우리 동아리의 장점입니다. 개학하면 회원 모두 여기저기 공연에 ‘끌려’ 다니느라 정신없어요.”

실제 입큰개그리는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공연, 이벤트계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동아리 가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입만 하면 ‘끼’와 ‘재능’으로 똘똘 뭉친 사람으로 변한다. 봄, 가을 정기공연은 마치 버라이어티쇼를 연상케 한다. 퍼포먼스, 듀엣, 이미테이션 댄스, 걸스힙합, 비보이 퍼포먼스 등이 이어져 눈길을 뗄 수 없다. 수백 명이 몰려 이들의 춤과 노래에 환호한다. 9월 충남대 백마홀에서 열린 힙합페스티벌에는 500석 좌석이 가득 차 일부는 바닥에 앉아 공연을 지켜봐야 했다.

댄스파트장을 맡고 있는 양중모 씨(24·국제경영학과2)는 유성고교 재학 때 이미 입큰개그리를 알고 가입한 케이스. 양 씨는 “대학에 들어가면 꼭 활동하고 싶어 가입했다”며 “무대에 서면 학업에 지친 모든 때를 씻어내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수학과 4학년 남지혜 씨(23·여)도 입큰개그리가 좋아 대학을 충남대로 선택했다. 경영학과 1년 최민희 씨(19)는 동아리에 가입한 후 내성적인 성격이 확 바뀌었다.

회원들의 외부대회 수상 실적도 뛰어나다. 2003년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 전야제에서는 댄스팀이 1위를 차지했다.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하는 전국 꼭짓점 댄스 경연대회에서는 지역 1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본선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이 모습은 M-net 등 케이블TV에 방영되기도 했다.

“출연교섭이 겹치고 공연비도 똑같을 때에는 행사의 취지를 고려해 결정합니다.” ‘공연비’를 받으니 이미 프로인 셈. 하지만 1년에 2, 3차례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동아리 활동은 취미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학과 공부죠.”

타 학교 학생들을 만나도 입큰개그리 회원이라면 알아준다. 올해에는 충남대 정식 및 가동아리 300여 개 중 최우수 동아리로 선정돼 별도의 지원금도 받게 됐다. 이처럼 연예분야 재능을 키운 터라 취직한 뒤엔 회사 분위기를 띄우는 주역이 되기 일쑤다.

최 회장은 “입큰개그리는 소비와 퇴폐, 향락문화가 아닌 젊음과 낭만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문화의 주체자”라며 “삶의 활력소를 주는, 어느 곳에서든 필요한 사람을 배출하는 동아리”라고 자랑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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