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김정할머니 20억들여 고향에 문화회관 기증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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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람들이 여가생활을 편안하게 즐기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일본 도쿄(東京)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김정(金貞·82·사진) 할머니는 20억원을 들여 제주 서귀포시 신시가지 시립도서관 동쪽에 다목적 문화회관을 신축해 22일 서귀포시에 기증했다.

서귀포시 토평동 출신인 김 할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려고 생각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고향을 생각하는 늙은이의 자그마한 정성으로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문화회관은 지상 2층, 연면적 1636m² 규모로 전시 및 휴게실, 강의실, 연습실, 공연장(400석) 등이 갖춰졌다.

김 할머니는 2001년 착공된 문화회관의 건설현장을 고향방문 때마다 둘러보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김 할머니는 13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모진 고생 끝에 건설업과 주택사업 등으로 재산을 일궜다.

김 할머니는 “일본에서 8만평의 야산을 매입한 뒤 집을 지어 분양한 것이 돈을 모은 계기가 됐다”며 “교육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몇 년 전 대전시 근교 7만평의 땅을 사들였으나 공원지구로 묶여 무산됐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는 42년 전 사별한 남편의 고향인 남제주군 성산읍 삼달리 마을회관 건립을 위해 1700m²의 땅과 2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고향의 문화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김 할머니의 뜻을 기려 문화회관 명칭을 ‘김정 문화회관’으로 정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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