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밤에도 좀체 쉬지 못한다. 몸은 멈춰도 마음은 여전히 분주하다. 그래서 밤이 와도 밤다운 여유를 누리지 못한다. 소옹은 이런 분주함과는 다른 삶을 산 인물이었다. 그는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사람들로 붐비는 낙양에서 자기만의 은둔을 지켜냈다. 그에게 달과 바람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자연과 마음이 맞닿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늘에 달이 떠 있고, 물 위로 바람이 스쳐 가는 장면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인은 그 평범한 풍경 속에서 자연의 맑음과 그에 응하는 마음의 고요를 함께 본다.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바람을 맞는 우리지만, 정작 그것을 느낄 틈은 많지 않다. 늘 서두르고, 무언가에 쫓기며, 다음 일을 미리 걱정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그 속의 뜻까지 읽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맑음과 고요는 바깥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의 풍요가 대단한 사건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흔한 풍경과 잠깐의 고요 속에서 마음의 자리를 되찾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바쁜 하루 끝에 잠시라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면, 그 밤은 그냥 지나가는 밤이 아니라 오래 남는 밤이 된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밤이 아니라, 밤 속에서 세상의 이치를 읽어내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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