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에서 한 수녀는 “과연 인간만이 신의 유일한 피조물일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신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며, 또한 저들이 꼭 위협적인 존재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말은 스필버그가 ‘미지와의 조우’(1977년)와 ‘E.T.’(1982년)를 내놓은 후 2026년 현재까지 일관되게 해 온 이야기다. 흔히 침략자로 그려지던 외계 생명체를 스필버그는 일찍부터 우호적인 시각에서 대변해 왔다. 미지의 존재는 우리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친구라고.
‘미지와의 조우’와 ‘E.T.’에서 갈등은 외계 생명체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그 존재에 대한 지구인들의 두려움과 의문 때문에 벌어진다. 그리고 그 갈등은 우호적인 외계 생명체의 등장으로 해소된다. ‘디스클로저 데이’도 마찬가지다. 영화에는 오래전 이미 미지의 존재들과 접촉했지만 이를 숨긴 채 그들을 이용하고 실험하며 기술까지 독점해 온 비밀조직이 등장한다. 그 조직에서 비밀 데이터를 빼돌려 전 인류에게 공개하려는 요원 다니엘 켈너(조시 오코너 분)는 어느 날 의문의 새를 마주한 후 신비한 공감능력을 갖게 된 기상 캐스터 마거릿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 분)와 함께 미지와 마주하는 여정을 하게 된다.
우주에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왜 중요할까. 그것은 신의 유일한 피조물이라는 오만으로 인간이 저지른 전 지구적 비극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고, 나와 다른 저들이 적이 아닌 친구라는 공감은 어쩌면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할지도 모른다. 비단 외계 생명체 이야기만이 아니라 외교나 정치 같은 분야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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