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진보하고 있을까. 뭐든 궁금한 게 있으면 이제 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열고 물어보는 시대다. 어떤 주식을 언제 사는 게 이득일지 물어보고, 여행 계획을 짜주며 심지어 심리 상담까지 해준다. 인공지능(AI)은 어느새 우리 일상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일일이 검색하던 정보를 척척 정리해 알려주는 편리함에 빠져들고 있지만, 이처럼 데이터화된 정보들의 공유는 과연 우리를 진보의 길로 인도하고 있을까.
연상호 감독의 영화 ‘군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똑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그래서 순식간에 진화하는 새로운 종(사실은 좀비)의 탄생을 보여주지만, 그것으로 인한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내고 있어서다. ‘살아 있는 시체’ 좀비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끈끈한 점액질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이른바 집단지성(?)을 갖게 되지만, 그렇게 집단화된 그들은 손쉽게 서영철(구교환 분) 같은 인물에게 조종된다. 영화는 서영철이 조종하고 늘려나가는 좀비들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렸다.
영화에는 좀비들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로 상황을 파악해 무전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인간 내비게이션’이 등장한다. 서영철을 추적하는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어디로 가야 되는지 알려줘요”라고 묻는 장면이 그것이다. 지도를 필요 없게 만든 내비게이션의 등장으로 우리는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로 인해 내비게이션 없이 살아갈 수 없게 됐다. 그만큼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내비게이션이 누군가에게 조종되거나 잘못된 방향을 알려준다면 어떨까. 기술적 진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일이라는 점을 이 영화는 에둘러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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