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비자’ 이란, 反정부 시위속 뉴질랜드와 무승부

  • 동아일보

하루전 美입국, 경기후 멕시코로
감독 “이번 대회서 가장 억압받는 팀”

이란 축구 대표팀이 뉴질랜드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을 치른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한 관중이 이란 대표팀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 앞쪽엔 옛 팔레비 왕조 시절의 이란 국기가 걸려 있다. 잉글우드=AP 뉴시스
이란 축구 대표팀이 뉴질랜드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을 치른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 관중석에서 한 관중이 이란 대표팀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 앞쪽엔 옛 팔레비 왕조 시절의 이란 국기가 걸려 있다. 잉글우드=AP 뉴시스
“우리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억압받는 팀일지도 모르겠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축구 대표팀 감독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스타디움에서 치른 뉴질랜드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2-2로 비긴 뒤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 상대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 팀이다. 이번 대회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도 열리지만 이란은 조별리그 세 경기를 전부 미국에서 치른다. 미국-이란 전쟁이 2월 발발한 후 이란 대표팀은 조별리그 장소를 멕시코로 변경해 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래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차리려던 베이스캠프도 멕시코 티후아나로 옮겼다. 미국 정부가 장기 체류 비자 발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1박 제한 비자’를 받은 이란은 경기 전날 미국에 들어왔다가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멕시코로 돌아가는 ‘출퇴근’ 방식으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경기 후 “오늘 밤에는 휴식을 취하고 내일 점심에 (멕시코로)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미국 정부가) 회복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며 “우리가 세워야 할 계획을 다른 사람들이 대신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 등 11명은 끝내 비자를 받지 못해 출퇴근도 못 한다.

이날 경기장 안팎에서는 이란계 관중의 반(反)정부 시위도 벌어졌다. 이들은 경기 시작 전 옛 팔레비 왕조 시절 국기를 흔들며 현 이란 정권을 규탄했다. FIFA는 ‘정치적 의사 표현 금지’ 원칙에 따라 이 국기 반입을 막았지만 옛 국기를 들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 이들도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시간엔 이란 대표팀을 향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천신만고 끝에 치른 첫 경기에서 이란은 두 차례 동점 골을 터뜨리며 승점 1을 챙겼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도 H조 1차전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1-1로 비기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들은 이날까지 치른 6경기에서 2승 4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9개국이 출전한다. 이라크와 요르단(이상 17일), 우즈베키스탄(18일)이 1차전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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