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을 닫지 않는다면[내가 만난 명문장/박선희]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4일 23시 09분



“샌드위치(SANDWICH)에서 우리는 항상 대화 중입니다.”

―다미앵 잘레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선희 GS문화재단 대표이사
일본의 조각가 나와 고헤이와 프랑스-벨기에 국적의 안무가 다미앵 잘레는 10년 넘게 함께 작업해 왔다. ‘샌드위치’는 나와가 일본 교토 후시미의 오래된 샌드위치 공장을 고쳐 2009년에 연 창작 공간이다. 건축가와 디자이너, 학생과 무용수가 한데 모여든다. 잘레의 말은 그곳에서 두 사람이 작품을 만들어 온 방식을 요약한다.

두 사람은 정반대에 서 있다. 잘레의 말을 빌리면, 조각은 영원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고 춤은 가장 덧없는 예술이다. 한 사람의 것은 1000년을 서 있고, 한 사람의 것은 관객의 눈 속에서만 잠깐 살아 있다. 그토록 다른 둘이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작업은 긴 이메일 한 통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잘레의 편지를 받고 나와는 무엇을 함께 만들지 한동안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은 완성될 모습을 미리 그려 두지 않은 채 1년 6개월간 대화를 이어갔고, 그 끝에 공연 ‘베셀’이 태어났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화는 한 편의 댄스필름과 또 다른 공연으로, 신기루의 사막을 헤매는 ‘미라지’로 이어졌다. 말이 오가는 사이 새 작품이 나온 것이다. 작품은 결론이 아니라, 다음 말이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면 그것을 완성해 손에 쥐고 싶어 한다. 끝났다고 말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완성이란, 어쩌면 대화가 멈추는 자리다. 마지막 말을 내려놓는 순간 오가던 말도 함께 그친다. 살아 있는 것은 작품이든 사람 사이든 아직 끝나지 않은 채 다음 말을 기다린다.

이들의 대화가 서울에 닿는다. 바로 댄스필름 ‘미스트’와 공연 ‘플래닛’이다. ‘프리즘’이라는 새 쇼케이스도 선보인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다음 여정의 첫마디가, 서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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