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 서울시극단 단장“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빠르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중략) 어제 맞았던 것이 오늘은 틀린 것 같기도 하고, 오늘 틀린 것이 내일은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칙이 중요한 겁니다. 원칙이 바로 서야 사람이 똑바로 살 수 있습니다.” ―궈융캉 ‘원칙’ 중
홍콩의 궈융캉(郭永康) 작가가 쓰고, 한국의 강훈구 작가가 각색한 희곡 ‘원칙’은 고교를 배경으로 원칙주의자인 교장과 자율성, 융통성을 중시하는 교감의 가치 충돌을 그리고 있다. 학교를 통해 제도와 인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를 묻는다.
교장에게 학교란 공부하는 곳이자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곳이다. 학생들을 학업에 집중시켜 대학 진학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그의 굳건한 신념이다. 그는 명확한 기준인 ‘법’ 없이는 자유도 존재할 수 없다고 믿으며,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통해 위기에 처한 학교의 생존을 입증하려 한다. 반면 교감은 28년간 학생들과 깊은 유대를 쌓으며 아이들의 ‘자율과 책임’을 지지해 온 인물이다. 그에게 학교란 수치로 평가될 수 없는 ‘더 나은 인간’을 길러내는 터전이다. 실패하고 부딪치며 성장할 기회를 주는 곳이 학교이고, 교사의 역할이란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선택하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라고 교감은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대립은 비단 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생각과 경험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나 자신만의 원칙이 있고, 그것은 판단의 근간이 된다. 수많은 가치가 공존하고 옳고 그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원칙을 품고 살아가야 할까. 극 중에서 교감은 교장에게 배드민턴을 제안한다. 배드민턴은 상대가 있어야 하고,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며 셔틀콕을 주고받아야 하는 운동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바로 그 ‘주고받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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