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 ‘국장’ 투자 확대, 섣불리 추진할 일 아니다

  • 동아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한도, 연금기금 증가에 주가 상승이 미친 영향을 질문한 뒤 “연금 운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놓고 1470원 선을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의 역할을 확대한 데 이어, 증시 부양에도 연금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국내 주가가 올라 (국민연금 기금이) 150조 원, 200조 원 늘면서 고갈 연도가 이십 몇 년, 삼십 몇 년 늘어났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국내 주식 보유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투자 지침, 기준들을 변경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가 내년에 지침을 고쳐 현재 ‘14.9±3%’인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코스피는 지난달 3일 4,221.87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후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설 등의 영향으로 하락해 지금은 4,000 선 주변에서 정체된 상태다. 주가 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의 투자를 늘려 달라는 투자자의 목소리가 높지만, 투자액 중 국내 주식 비중이 상한인 17.9%에 근접해 더는 늘리기 힘든 상황이다.

기금 규모 1400조 원을 넘긴 국민연금이 단 몇 %만 투자 비중을 늘려도 주가 상승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예상치 못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때 국민의 노후 대비 자금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거나 내리면 기금 고갈 시점은 6년씩 미뤄지거나 당겨진다. 게다가 불과 5년 뒤부턴 지급해야 할 급여가 보험료 수입을 초과해 자산을 팔기 시작해야 한다. 국내 주식 비중이 높을수록 나중에 증시에 닥칠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국민의 노후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이다. 수익을 추구하되 위험은 철저히 통제해 장기적인 안정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국내 증시가 올해처럼 순항할 거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 결정은 최대한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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