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노 소송… “지원 사실이라 해도 불법 비자금은 보호 못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6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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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2024.4.16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2024.4.16 뉴스1
대법원이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중 ‘최 회장이 1조3800여억 원의 재산 분할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원심이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이 기여한 몫을 지나치게 많이 인정한 만큼 서울고법에서 다시 따져보고 산정하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노태우 비자금’의 재산 형성 기여 논란과 관련해서는 노 관장 측 주장처럼 돈이 건너갔다고 가정해도 “불법성·반사회성이 현저하여 법적 보호 가치가 없다”고 판시했다.

소송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은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300억 원 상당의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어음을 근거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300억 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을 받은 대가로 발행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 퇴임 뒤에 쓸 자금을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 즉,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엇갈리는 양측의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노 관장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300억 원이 실제로 지원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만약 자금이 지원됐다면 이 자금은 규모나 전달 시기에 비춰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비자금의 일부일 것으로 봤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 등의 명목으로 418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2708억 원이 뇌물로 인정돼 징역 17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2628억 원을 추징당했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 및 추징 과정에서 300억 원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불법 비자금의 재산 형성 기여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다만 300억 원의 비자금의 존재 여부가 논란이 된 이상, 이에 대한 사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치권에선 당사자가 사망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없더라도 별도 절차로 범죄 수익을 찾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검찰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흐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불법 자금은 끝까지 추적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 같은 공언(公言)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대법원#최태원#노소영#재산 분할금#노태우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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