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특혜 의혹’ 뺀 국토부의 양평고속도 맹탕 감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2일 23시 18분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논란에 휘말렸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용역 관리가 부실했다는 국토교통부 자체 감사 결과가 나왔다. 용역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업체에 돈을 지불했고, 자료 일부를 고의로 삭제해 국회에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토부 공무원과 한국도로공사 직원 등 7명에 대해 징계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2023년 9월 국회에서 자체 감사를 요구한 지 1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지만 뭔가 찜찜하다. 노선을 누가, 왜, 어떤 근거와 절차로 바꿨을까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7년 첫 계획 단계부터 202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줄곧 양평군 양서면이 종점이었다. 그러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29일 노선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시작됐는데, 두 달 뒤 용역업체는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대안을 제시했고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가 4만여 m²의 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부 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용역 감독 부서인 국토부 도로정책과는 용역업체가 편익 산정, 경제적 타당성 분석, 종합평가 등을 하지 않았는데도 “용역 100%가 준공됐다”고 날인한 뒤 대금 18억6000만 원 전액을 지급했다. 과업수행계획서와 월간진도보고서 등의 자료를 기한 안에 제출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1조90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대한 관리가 깜깜이 수준이었다는 것인데, 단순히 부주의나 실수로 치부하긴 어렵다.

▷고의로 핵심 자료를 누락한 것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2023년 7월 국회에 용역업체가 작성한 38쪽짜리 과업수행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이 중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 내용이 담긴 4쪽 분량을 통째로 들어내고 쪽 번호도 다시 매겼다. 당시 국토부는 ‘실무진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감사 과정에서 담당자는 “문서에 용역과 무관한 오타가 있어 신뢰성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삭제했다”고 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의혹 해소를 위해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했는데, 실무자가 임의로 훼손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

▷사실 이번 감사는 출발부터 결과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노선 변경 과정의 위법행위는 처음부터 들여다보지 않았다. 박상우 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특혜와 외압은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다”고 했다. “(대안 노선은) 기술자적 양심을 가지고 찾은 것”이라고도 했다. 장관이 이렇게 확신하는데 다른 내부 결론이 나오긴 어렵다. 의혹에 대한 진실은 외부의 시선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서울∼양평 고속도로#김건희 여사#특혜 논란#용역 관리#맹탕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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