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서 지내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첫 일반인 접견을 하며 발신한 메시지는 “대통령실이 국정의 중심”이라는 것이었다. 면회를 온 정진석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의기소침하지 말라”며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직무 정지 상태다. 자연히 대통령 비서 조직도 기능이 달라진다. 권한이 중단된 대통령 대신에 국정의 새 중심인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바뀐다. 대통령실은 국정 최고 책임자를 보좌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국정의 중심이 대통령실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이 단순 격려인지, 어떤 복선이 깔린 건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공수처에 체포되지 않기 위해 경호처를 방패로 동원했듯, 대통령실도 대통령 자신을 위해 복무하는 조직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탄핵소추 이후 변화된 국정 질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은연중 드러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최상목 권한대행을 잘 보좌하라는 당부를 하는 게 상식에 더 부합한다.
▷일각에선 벌써 한 달을 넘긴 최 대행 체제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용산 참모들은 최 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2명을 임명하자 항의성으로 일괄 사표를 내는 등 크고 작은 신경전을 벌여 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사과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용산에선 불만이 많다고 한다. 이런 기류가 윤 대통령에게도 전달됐고, 윤 대통령이 이번에 작심하고 “대통령실이 국정의 중심” 운운했을 거란 얘기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구속된 뒤에도 변호인 등을 통해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내왔다. 설 연휴를 앞두고 “국민 여러분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고 며칠 뒤엔 “이번 계엄이 왜 내란이냐,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했다. 이젠 하루 1회 30분씩 일반인 접견까지 허용됐으니 방문 인사들의 입을 빌린 옥중 정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구속됐을 당시 유영하 변호사만 창구로 두고 말을 아끼며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는데, 이와는 많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 여권에선 윤 대통령 접견을 위해 줄지어 번호표를 뽑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출신 시도지사들과 의원들은 물론 권성동 원내대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면회를 갈 예정이다. 권 대표는 인간적 도리에 따른 개인적 차원의 방문이라고 하지만 여당 지도부까지 윤 대통령의 접견 정치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냉철하게 선을 그어야 할 사람들이 그러질 못하니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다수 국민의 상식과 갈수록 멀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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