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천천히 빼야 요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통념과 달리, 빠른 체중 감량이 오히려 더 큰 감량 효과와 1년 뒤 더 나은 체중 유지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시험 결과가 나왔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026년 유럽비만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ECO 2026)에서 공개된 이번 연구는 노르웨이 베스트폴병원 신탁(Vestfold Hospital Trust) 내분비·비만·영양학과의 라인 크리스틴 존슨(Line Kristin Johnson)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해당 센터는 유럽비만연구협회(EASO)와 협력하는 공식 센터(EASO-COM-Center)로, 유럽 내 비만 관련 교육·정책 활동을 주도하며 ECO를 주관한다.
임상 시험은 52주(1년)간 진행됐다.
비만(BMI 30 이상으로 정의) 성인 284명(이 중 여성 257명·90%)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은 두 그룹 중 한 곳에 무작위 배정됐다.
빠른 감량 그룹은 16주 동안 음식 기반 저열량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들은 첫 8주 동안 하루 1000kcal 미만을 섭취했다. 9~12주에는 하루 1300kcal 미만, 13~16주에는 하루 1500kcal 미만으로 제한했다. 이는 일반적인 성인의 하루 필요 열량(여성 약 2000kcal·남성 약 2500kcal)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면 점진적 감량 그룹은 개인별 총 에너지 소비량보다 하루 800~1000kcal 적게 섭취하도록 설계됐다. 이 그룹의 실제 평균 섭취량은 하루 약 1400kcal였다.
첫 16주 감량 단계 이후에는 두 그룹 모두 동일한 36주 체중 재증가 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모든 참가자는 첫 16주 동안 매주 오프라인 그룹 상담을 받았다. 이후에는 14일마다 대면 모임을 진행했으며, 남은 5개월 동안은 월 1회 모임 또는 웨비나·영상·전화 상담 형태로 관리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체중 재증가 프로그램 시작 후 첫 한 달 동안 체중 안정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하루 섭취 열량을 100~300kcal씩 점진적으로 늘리도록 지도받았다. 이후에는 체중 변화에 따라 열량을 조정했다.
참가자들은 체중 유지 또는 추가 감량 중 원하는 목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는데, 대부분은 추가 감량을 선택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채소·과일·통곡물·저지방 유제품·생선·달걀·살코기·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섭취를 권장했고, 포화지방과 첨가당 섭취는 제한하도록 구성했다.
연구진은 1년 후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핵심 평가 지표로 삼았다. 이와 함께 체질량지수(BMI) 27 이하 또는 허리둘레 대비 키 비율(WHtR) 0.53 이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도 추가로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최근 수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 해당 연구는 체중 감량 후 BMI를 27kg/㎡ 이하, WHtR을 0.53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향후 10년간 제2형 당뇨병·고혈압·심혈관질환·고관절 및 무릎 골관절염 위험 감소와 관련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 시작 당시 빠른 감량 그룹의 평균 연령은 48.5세, 평균 체중은 102.4kg, 평균 BMI는 35.8kg/㎡였다. 허리둘레는 평균 112.5cm, WHtR은 0.67이었다.
점진적 감량 그룹은 평균 연령 47.7세, 평균 체중 103.0kg, BMI 36.5kg/㎡였고, 허리둘레와 WHtR은 각각 112.8cm, 0.67이었다.
첫 16주간의 감량 단계에서 빠른 감량 그룹은 점진적 감량 그룹보다 유의하게 더 많은 체중을 줄였다.
전체 체중 감소율은 빠른 감량 그룹이 평균 -12.9%, 점진적 감량 그룹은 -8.1%로 나타났으며, 그룹 간 차이는 4.8%포인트였다.
이 차이는 1년 후에도 유지됐다.
1년 시점 전체 체중 감소율은 빠른 감량 그룹이 -14.4%, 점진적 감량 그룹이 -10.5%였으며, 차이는 3.9%포인트였다.
BMI 27 이하를 달성한 비율 역시 빠른 감량 그룹이 더 높았다.
16주 시점 빠른 감량 그룹은 13.8%가 해당 목표에 도달한 반면 점진적 감량 그룹은 0.8%에 불과했다.
1년 시점 BMI 27 이하 달성 비율도 빠른 감량 그룹이 28.3%로, 점진적 감량 그룹(9.7%)보다 약 3배 높았다.
WHtR 0.53 이하 달성 비율도 빠른 감량 그룹이 우세했다. 16주 시점 빠른 감량 그룹은 24.2%가 WHtR 0.53 이하에 도달했다. 반면 점진적 감량 그룹은 8.9%에 그쳤다.
1년 시점 WHtR 0.53 이하 달성 비율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빠른 감량 그룹은 33.0%인 반면 점진적 감량 그룹은 18.4%에 머물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비만 성인에서 구조화된 빠른 체중 감량 프로그램은 점진적 감량 방식보다 1년 후 더 큰 체중 감소와 함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BMI·WHtR 목표 달성률을 높였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전문가 감독 아래 통제된 환경에서 시행될 경우, 빠른 체중 감량은 비만 관련 건강 위험 감소와 연관된 핵심 체중 목표 달성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 박사는 “이번 결과는 천천히 꾸준하게 체중을 감량해야만 요요 현상을 막고 비만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기존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다”며 “오히려 빠른 체중 감량은 체중 재증가와 연관되지 않았고, 더 많은 참가자들이 제2형 당뇨병·고혈압·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고관절 및 무릎 골관절염 위험 감소와 관련된 임상 목표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ECO 2026에서 발표한 예비 단계 연구로, 향후 동료평가를 거쳐 정식 논문 발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무작위 임상시험(RCT)이며 참가자 수가 284명으로 비교적 큰 편이며, 1년 추적 관찰까지 수행했다는 점에서 단순 관찰연구보다는 근거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참가자 대부분이 BMI 35 안팎의 비만 성인이었고 여성 비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결과를 일반인 전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번 결과는 전문가 감독 아래 구조화된 프로그램 환경에서 얻어진 것인 만큼, 일반인이 초저열량 식단을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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