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삼성에 9조 보조금… 마냥 반길 수 없게 하는 韓 경제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6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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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공장
테일러 공장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서 9조 원(약 64억 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게 됐다. 앞서 확정된 미국 인텔의 85억 달러, 대만 TSMC의 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액수는 인텔, TSMC보다 오히려 많다고 한다.

400억 달러가 넘을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삼성전자가 16%로 10.2%인 TSMC, 8.5%인 인텔보다 높다.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등에 대한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6배로 늘리고, 최첨단 2나노미터 칩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계획에 미국이 화답한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번 일을 반갑게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총 527억 달러의 지원책이 포함된 미국 ‘반도체법’의 목표는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을 줄여 2030년까지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기 시작하면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로 미국에 만들어질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보는 마음도 편할 수만은 없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자국 주도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짜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다른 선택을 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의 투자를 선진국들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걸 방치만 해선 곤란하다. 20년간 360조 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 삼성전자 등을 지원해 연구개발(R&D) 핵심 역량과 첨단 생산기반, 양질의 일자리를 국내에 남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에 맞대응할 인센티브 제도와 인재 육성책이 꼭 필요한 이유다.
#美#삼성#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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