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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파스타 삶는 셰프봇, 나르는 서빙봇… 日일손 부족에 로봇 확산[글로벌 현장을 가다]

입력 2023-01-26 03:00업데이트 2023-01-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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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패밀리레스토랑 가스토에서 고양이 얼굴을 한 서빙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은 공장뿐 아니라 대기업 식당 체인점, 편의점까지 로봇이 점점 더 많이 도입되며 업무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23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패밀리레스토랑 가스토에서 고양이 얼굴을 한 서빙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은 공장뿐 아니라 대기업 식당 체인점, 편의점까지 로봇이 점점 더 많이 도입되며 업무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상훈 도쿄 특파원이상훈 도쿄 특파원
《“주문하신 요리가 나왔습니다. 선반에 있는 음식을 가져가세요.”

23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가스토’. 주문한 지 10여 분 만에 익숙한 전자 음성으로 요리가 다 됐다는 안내가 들렸다.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북적이는 점심시간에 음식을 가져다준 건 종업원이 아니었다. ‘하이젠 로봇(配膳ロボット)’으로 불리는 서빙 로봇이었다. 선반에 올려진 음식을 집어 테이블에 놓은 뒤 로봇 화면 버튼을 살짝 누르자 밝은 멜로디가 나오면서 로봇은 이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테이블 20개가 넘는 이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을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일은 전적으로 로봇 몫이다.

일본에서 2010년대 일부 레스토랑이 도입하기 시작한 로봇이 대기업 운영 레스토랑 체인점을 중심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을 로봇이나 태블릿PC 도입 같은 자동화로 풀고 있는 것이다. 로봇 가격이 내려가고 디지털에 익숙해진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종업원 볼 일 없는 日 레스토랑
일본 최대 패밀리 레스토랑 업체 ‘스카이락’은 전국에서 가스토, 조나단을 비롯해 26개 외식 브랜드 3054개 점포를 운영한다. 스카이락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100개 점포에서 자율주행형 로봇 3000대를 쓰고 있다. 2021년 8월 처음 로봇을 도입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게당 1.5대꼴로 보급한 것이다. 회사 자체 설문조사 결과 고객 90%가 로봇이 하는 접객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또 그릇 정리 등에 걸리는 시간이 35% 단축돼 인력 대체 효과도 컸다고 한다.

기타우라 마이 스카이락홀딩스 홍보실 리더는 “로봇 전면에 넣은 고양이 얼굴 모습이 귀엽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어린이 고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며 “향후 디지털 기술 진화에 따라 고객 편리성과 직원 업무 편의성을 채워줄 수 있는 로봇 활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로봇을 도입한 매장은 통로 폭을 로봇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히고 로봇과 사람의 동선이 엉키지 않게 음료수 코너 면적을 확대하는 등 내부 공간을 재정비했다.

가스토에 점심을 먹으러 온 30대 여성 직장인 미호 씨는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요즘은 흔하게 볼 수 있어서 로봇 서비스가 자연스럽다. 음식을 갖다주는 것 같은 단순한 일은 로봇이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의 한 레스토랑 테이블에 설치된 주문용 태블릿PC.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일본 도쿄의 한 레스토랑 테이블에 설치된 주문용 태블릿PC.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호 씨 말대로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고객이 종업원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음식점에서는 들어서자마자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는 말을 들은 것이 종업원에게서 받은 서비스 전부였다. 주문은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PC로 했고 음식은 서빙 로봇이 갖다줬다. 물과 음료수는 스스로 떠서 마시고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은 음식점 출입구에 설치된 ‘셀프 계산대’에서 했다.

일본 회전초밥 1위 업체 ‘스시로’ 체인점도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이달 초 요코하마시 스시로 체인점에 들어선 기자가 처음 본 것은 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기표 발급기였다. 대기표를 뽑고 약 10분을 기다리자 벨이 울리며 대기표에 적힌 번호가 화면에 표시됐다. ‘○○번 고객은 ○○번 테이블로 가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역시 태블릿PC로 모니터에 뜬 원하는 메뉴를 터치하면 된다. 회전초밥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주문 요리가 자리 근처에 오면 “주문하신 음식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식사를 마친 뒤 호출 버튼을 누르면 종업원이 와서 그릇 수를 세고 계산 전표를 건넨다. 바로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종업원으로부터 직접 서비스를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도쿄역 인근 빌딩가에 세계 최초 파스타 자동 조리 로봇을 도입한 레스토랑 ‘에비노 스파게티’가 문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조리 로봇 개발 업체 테크매직이 외식 대기업 프론토의 투자를 받아 지난해 1호점을 선보였다. 주방에 있는 로봇이 면을 삶고 소스와 재료를 볶으며 조리사 한두 명분 일을 해낸다.
생산 인구 10%↓-인력난 계속
일본 레스토랑에서 로봇을 광범위하게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 인력난 때문이다. 일본 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지난해 실시한 ‘인력 부족 기업 동향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음식점의 76.6%가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해 모든 업종 평균(28.0%)의 2배를 훨씬 넘었다.

일본 인력난은 국가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일본 총무성 인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7414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10%가량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부족한 일손을 채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조차도 쉽지 않게 됐다. 관광객과 달리 외국인 인력은 채용 회사나 근로자 모두 장기 계획을 세워 고용 및 취직을 위해 오랜 준비를 해야 한다. 방역 조치가 완화됐다고 하루아침에 외국인 노동자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도 로봇 활용을 부추겼다.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은 점심 1인당 1000엔(약 9500원), 저녁은 2000엔이 안 될 정도여서 가족이 여유 있게 외식을 즐길 수 있다. 회전초밥 체인점 역시 접시당 120엔부터 시작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다. 따라서 비용 절감이 이 업체들의 최대 과제이지만 식자재 가격과 전기료 등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결국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사람을 덜 쓰려다 보니 단순 반복 작업에 로봇 같은 기계를 투입하게 된다.

최근 로봇 가격이 크게 낮아진 점도 로봇 확산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스카이락이 도입한 서빙 로봇은 중국 로봇 회사 ‘푸두 로보틱스’ 제품이다. 가격은 1대당 30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량 주문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낮아진다. 여기에 금융기관을 통한 리스(장기 임대) 계약으로 들여오게 되니 업체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

몇 년 전까지 대형마트에 부분적으로 도입되던 셀프 계산대는 이제 패밀리마트, 로손 같은 편의점으로까지 퍼졌다. 당초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비대면 서비스로 들여놨지만 이를 통해 인건비를 아끼게 된 기업들은 다시 사람을 고용하지 않게 됐다. 패밀리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30개 매장에 창고 음료수 재고 정리 작업을 하는 인공지능(AI) 로봇 ‘TX 스카라’를 시범 도입했다. 페트병이나 캔 음료수를 냉장고에 진열할 뿐 아니라 AI 기술을 활용해 어떤 음료가 잘 팔리는지, 무엇을 보충하고 미리 주문할지를 예측하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일본로봇공업회에 따르면 올해 일본 로봇 생산액은 지난해보다 6% 증가한 1조500억 엔으로 3년 연속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8116억 엔과 비교하면 30%가량 성장한 것이다. 레스토랑, 대형마트, 편의점을 넘어 어디까지 로봇이 대행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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