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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이새샘]임대차법 2년, ‘전월세 대란’은 이미 현실이다

입력 2022-06-02 03:00업데이트 2022-06-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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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산업2부 차장
얼마 전 만난 친구 A는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A가 사는 지역은 최근 신축 아파트가 대거 입주를 시작하며 전세 매물이 쌓이고 지난해 말부터 전세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전세 구하기 수월하지 않냐”고 했다가 “뭘 모르는 소리를 한다”는 타박을 들었다. 아무리 가격이 내렸다 해도 2000만∼3000만 원 내렸을 뿐, A가 지금 사는 집을 구했던 4년 전보다는 2배 가까이 전세 보증금이 뛰었다는 얘기였다.

정부가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지 7월 말로 2년이 된다.

그동안 전월세 시장은 말 그대로 급변했다. 우선 가격이 크게 올랐다. KB부동산 리브온 기준 2020년 7월 전국과 서울의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각각 2억4083만, 4억6931만 원이었는데 올해 5월에는 3억26만 원, 6억923만 원으로 뛰었다.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했다. 4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50.4%를 차지해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절반을 넘었다.

이제 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이 2년 치 변화의 충격을 한꺼번에,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월세 시장) 불안 요인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불안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는 면도 있다”고 했다. 물론 임대차법 보완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의문이 가는 발언이다.

원 장관이 이런 발언을 한 배경에는 최근 전세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통계상으로 전세 시장은 안정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에서 5월 내내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전세대출 금리가 워낙 올라 집주인들이 섣불리 전세 보증금을 시세대로 올리기 힘들 거라는 관측도 많다.

하지만 충격은 원래 약한 고리로 먼저 온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0.09% 하락했지만 월세는 0.8% 올랐다. 서울도 전세가 0.27% 떨어지는 사이 월세는 0.36%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3만1676건으로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같은 기간 기준 가장 많았다. 세입자들이 아파트 전세에서 아파트 월세로, 아파트 월세에서 다시 빌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친구 A는 결국 반전세로 집을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월세를 조금 더 내는 편이 아이 어린이집을 옮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유였다. 많은 사람들이 A처럼 저축할 돈을, 생활비를 축내가며 임대차법 2년 차 충격을 감내하고 있다. 이들에게 ‘전월세 대란’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불안 요인을 과대평가할 필요 없다’는 수준의 현실 인식으로 정부가 이들의 고통을 해소할 만한 임대차법 보완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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