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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파리에서 즐기는 북아프리카 요리,쿠스쿠스[정기범의 본 아페티]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입력 2022-01-20 03:00업데이트 2022-0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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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16년 전 아프리카 국가 중에 처음 여행하게 된 나라가 모로코였다. 당시 모로코는 최고급 호텔에 묵는 금액이 1박에 10만 원을 조금 넘었고 하루 종일 동행하는 공식 가이드의 일당이 5만 원에 못 미칠 정도로 물가가 싼 곳이라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음식이었다. 호텔 근처 시장에 구경을 나갔더니 정육점에는 낙타 머리부터 위생적이지 않아 보이는 고기들이 아무렇게나 걸려 있었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레스토랑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현지인처럼 살아 보기였으니 용기를 내어 모로코의 유명 음식인 쿠스쿠스와 같은 현지식을 번갈아 먹으며 버텨냈다.

쿠스쿠스는 양고기 어깨살과 병아리콩, 물, 양파, 파슬리와 각종 양파 등을 넣고 조리한다. 그 다음 움푹한 접시 가장자리에 일반 밀과는 다른 듀럼밀인 세몰리나를 두르고 가운데에 고기를, 그리고 옆에는 삶은 채소를 담고, 그 위에 사프란, 셀러리, 생강, 파슬리 등을 넣어 만든 소스를 끼얹어 만드는 북아프리카의 전통 음식이다.

아프리카 지역에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프랑스는 건설 붐이 불었던 1970년대에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노동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고 당시 이민 온 사람이 늘면서 쿠스쿠스 레스토랑이 생겨났다.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로 이 레스토랑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동시에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름난 쿠스쿠스 레스토랑이 인기를 얻었다.

그중에서 파리 14구에 자리한 ‘아 미 슈맹(A mi chemin)’은 세계적인 셰프이자 레스토랑 사업가인 알랭 뒤카스가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쿠스쿠스 레스토랑으로 매체에 소개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비르지니와 노르딘 라비아드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현지보다 더 맛있는 튀니지 전통 스타일의 쿠스쿠스를 맛볼 수 있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와 남부 프랑스의 코르시카섬에서 나는 해산물을 제철 재료로 사용하고 고기는 파리에서 미슐랭 레스토랑에 주로 납품하는 퀄리티가 보장되는 것만을 사용한다.

코로나19로 모로코 여행을 취소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여기를 다시 찾았다. 음식은 소중한 추억을 소환시킨다. 고난한 삶을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는 솔푸드(soul food)다. 프랑스에서 즐기는 쿠스쿠스의 맛은 문화의 용광로와도 같은 파리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이색체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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