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충돌’ 변곡점]
“그린란드는 미국 땅” 병합 외치다
中-러 견제 등 챙기며 태도 바꿔
군사-경제적 영향력 극대화시켜… CNN “미군 기지 추가안도 논의”
트럼프-나토 사무총장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프레임워크’(협력 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반대했던 유럽 8개국에 예고했던 관세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보스=AP 뉴시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추진 발언으로 촉발된 미국과 유럽 주요국 간의 갈등과 군사적 긴장감 고조 상황은 일단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뒤 그린란드에 관한 ‘프레임워크’(합의 틀) 마련, 그린란드 파병 유럽 8개국(덴마크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에 대한 보복 관세 철회를 밝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이 프레임워크에는 △그린란드 내 미 군사력 증강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돔’ 그린란드에 배치 △그린란드 광물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 보장 △중국, 러시아 등의 광물권 접근 배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유럽을 겨냥한 강력한 ‘엄포’를 통해 그린란드에서의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 대상자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은 뒤 최대한 양보를 이끌어 내는 이른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관련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발언과 전략을 쏟아낼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 “그린란드서 中-러 견제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그린란드”라고 말했다. 또 그린란드를 “우리(미국)의 영토”라 부르며 유럽 정상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병합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덴마크를 향해 “배은망덕하다(ungrateful)”고 쏘아붙였고, 나토를 겨냥해선 “수십 년 동안 그들을 도왔지만, 아무 대가도 받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이처럼 날을 세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총장과 회담 뒤에는 ‘프레임워크 합의’와 ‘관세 부과 철회’를 밝혔다. 유럽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일단 안도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은 “오늘 하루는 시작할 때보단 훨씬 나은 분위기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했다. WSJ는 불과 하루 전 그린란드에 성조기가 덮인 합성 사진을 트루스소셜에 게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인 태도 변화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현기증 나는 반전”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프레임워크에는 일단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22일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와 관련해 주권을 제외한 분야에선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신 1951년 미국과 덴마크가 소련의 위협에서 덴마크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그린란드 방위 협정’ 개정 방안이 포함됐다. 그린란드에서 미군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나토 역시 향후 미국, 덴마크, 그린란드가 진행할 프레임워크 관련 협상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에서 경제적·군사적 거점을 절대 확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란드에 미군 기지를 더 많이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CNN은 전했다. 그린란드 내 피투피크 우주기지에는 현재 약 15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다.
광물 채굴에 대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그린란드 광물 채굴권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란드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의 희토류, 니켈 리튬 티타늄 등의 전략 광물, 천연가스와 원유 등이 모두 풍부하다. 이런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 처음부터 과하게 요구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미국과 집단 방위로 맺어진 나토 국가들에 완전히 등을 돌리면 미국이 짊어질 안보·경제적 부담도 상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 공화당,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도 그린란드에 관한 그의 강경 행보에 집중적으로 우려를 제기한 만큼,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의도적이고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는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처음부터 판을 크게 흔들고 상대에게 과도하게 높은 요구를 한 뒤,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을 협상의 기본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때,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협상을 체결할 때도 비슷한 행보를 취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또한 그린란드 합의 프레임워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협상가임을 또 입증했다”고 두둔했다.
골든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도입 계획을 발표한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센서로 적국의 미사일을 감지하고, 우주 공간에 배치된 요격 장비로 상승 단계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한다. ‘아이언돔(Iron Dome)’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어 시스템처럼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