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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황형준]한미 법무장관의 상반된 ‘언론의 자유’ 인식

입력 2022-01-15 03:00업데이트 2022-01-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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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사회부 차장
“그들은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보호가 필요하다.”

지난해 7월 미국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연방 검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존의 (언론 사찰) 정책은 언론인들이 취재원 공개를 강요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있어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갈런드 장관은 정부가 기밀 유출 조사 과정에서 통신회사나 언론사에 기자들의 통화 기록 등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영장 발부를 금지시켰다. 또 기자들이 취재원에 대해 증언하거나 취재수첩을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없게 했다. 물론 언론인이 외국 정부나 테러 조직을 위해 활동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은 예외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소위 ‘러시아 스캔들’ 관련 보도에서 촉발됐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법무부가 수사 관련 내용을 보도한 CNN 소속 언론인 등 3명의 통화 기록을 수집한 것이 지난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된 것이다.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사과했고 갈런드 장관은 이 같은 지침을 내렸다.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은 공교롭게 몇 달 후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서 반복됐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정반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이를 처음 보도한 언론사 A 기자 등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범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이어 일명 ‘통신영장’으로 불리는 A 기자의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법원의 허가를 통해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 기자와 통화한 사람들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받는 ‘통신자료 조회’를 무더기로 실시했고 여기엔 A 기자의 가족과 업무용 카카오톡 대화방 등 참가자들도 포함돼 논란이 됐다.

법조계에선 취재원 색출을 위한 언론인에 대한 통신영장 발부가 취재원 보호라는 가치를 무너뜨리면서 결국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통신영장을 통해 기자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누가 취재에 응하겠냐”며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수 있고 위헌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통신자료 조회와 통신영장 등 사찰 논란을 정치 공세로 치부했다. 박 장관은 6일 “(통신 조회 등이) 아무 문제없이 이뤄지다가 공수처 수사에서 그 대상이 대검찰청과 언론인이 되니 사찰 논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그때 법무부도 대안들을 만들어서 제시할까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이어 언론중재법 추진 등 알권완박(알권리 완전 박탈)을 시도했던 것을 보면 현직 의원인 박 장관의 이 같은 인식이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법조인과 언론인들 사이에선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 출신인 박 장관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은 점점 퇴보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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