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누구나 자신의 호두 껍데기가 있다[클래식의 품격/나성인의 같이 들으실래요]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입력 2021-12-07 03:00업데이트 2021-12-07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1892년 ‘호두까기 인형’ 초연 무대 세트.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겨울이면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은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세상을 동심에 빠지게 하는 동화 같은 음악이 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은 코로나19 이전에 놀이공원, 백화점, 거리에서 자주 들리는 친숙한 클래식이었다. 원작은 독일의 작가이자 음악가, 법관인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다.

마리와 프리츠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부인 드로셀마이어 씨로부터 장난감 무도회장과 호두까기 인형을 받는다. 아이들은 한참 경탄하며 무도회장을 바라보지만, 곧 싫증을 느낀다. 마리는 호두까기 인형이 왠지 마음에 들어 조심조심 호두를 깐다. 하지만 프리츠가 너무 크고 단단한 호두를 까는 바람에 인형의 이와 턱이 망가져 버린다. 어른들이 망가진 인형을 놀리자 화가 난 마리는 인형을 보살피기로 결심한다. 그날 밤 꿈에서 마리는 호두까기 인형 군대와 생쥐 왕의 전투를 본다. 왕자의 군대가 생쥐에 밀리자 마리는 생쥐 왕에게 실내화를 던지고 쓰러진다.

드로셀마이어 대부는 호두까기 인형을 고치고 마리에게 동화를 들려준다. 사실 이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였다는 얘기다. 왕비가 왕실 돼지비계를 훔쳐 먹는 생쥐 한 마리를 잡아 죽이는데, 이 일로 생쥐 여왕이 원한을 품고 생쥐들이 공주의 얼굴을 물어 외모를 망가뜨리는 저주를 건다.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크라카툭’ 호두를 먹어야만 풀 수 있는 저주였다. 그 호두를 찾아 공주의 외모를 되돌린 것은 드로셀마이어 왕자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왕자가 저주로 못생긴 호두까기 인형이 된다.

동화를 들은 마리는 꿈속에서 호두까기 왕자를 만난다. 이번엔 숨지 않고 용감하게 호두까기 군대를 돕는다. 호두까기 인형은 승리한다. 마리는 저주가 풀린 호두까기 왕자와 인형 나라를 여행하고 갖가지 진귀한 풍경을 본다. 마리는 아이에서 숙녀로 성장한다.

요컨대 이 동화는 한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늘 받기만(크리스마스 선물) 하던 아이가 독립적 존재로 변화(호두까기 인형을 보호하는 마음)한다. 여기서 호두란 인생에서 만나는 갖가지 문제다. 독일인들은 어렵고 해결하기 힘든 일을 두고 “그건 정말 너무 단단한 호두였어!”라고 말한다. 그러니 호두까기 인형은 망가지고 못생겨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갖가지 ‘호두’를 까다가 다치고 상하고, 외모를 잃는다. 어른은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귀엽고 예쁜 것만 찾던 아이가 저마다의 호두 껍데기를 발견한다. 더러 다치고 상하더라도 용감하게 호두를 까서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을 들으며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시라. 아직 선물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선물을, 그러나 ‘호두까기 인형’의 존재를 배워야 할 아이에게는 그가 깰 수 있는 적당한 호두 한 알을 선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