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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김선미]적자인생 60세

입력 2021-12-01 03:00업데이트 2021-12-0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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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국내에서도 출간된 일본 소설 ‘끝난 사람’은 한국의 중장년층 독자들에게서 큰 공감을 받았다. 대형 은행의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자회사로 좌천돼 정년을 맞이한 주인공은 끝난 사람 취급하는 주변 분위기에 침울하다. 정년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라나. 소득이 소비보다 적어지면 사회에서 쓸모가 다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 나이가 한국에서는 60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태어나서 27세까지는 적자인생을 살다가 28세부터 흑자를 낸 뒤 60세부터 다시 적자 사이클에 들어선다. 60세부터 월급과 사업 등으로 버는 노동소득이 쓰는 돈보다 적어지는 것이다. 2010년엔 적자인생 진입연령이 56세였는데 2016∼2018년 59세가 됐다가 2019년에 60세가 됐다.

▷우리 국민은 17세 때 최대 생애주기 적자를 낸다. 버는 돈은 거의 없는데 교육비 등으로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1인당 노동소득은 41세 때 정점을 찍은 후 하향곡선이다. 노동소득에서 소비를 뺀 생애주기 흑자는 44세 때 최대가 된 후 내내 줄어들다가 60세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어릴 때에는 대개 부모에게 의존해 살다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제 몫을 한 뒤 60세 이후 삶이 쪼그라드는 흐름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예전처럼 나이 들었다고 자식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한다는 의식이 흐릿해진 지 오래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두 개 부문에서 1위다. 인구 대비 취업자 수인 고용률이 OECD 회원국 평균(14.7%)의 두 배를 넘는 1위이고, 급격한 고령화 속에 노후 소득원이 마땅치 않아 노인 빈곤율도 1위다. 집 장만하느라 자녀 교육시키느라 노후 준비가 뒷전이었기에 긴긴 날을 살아가려면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노후 설계의 발목을 잡는 흔한 착각은 자신에게 80세 이후 삶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온다는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래를 위해 절약하고 아무리 화려한 젊은 날을 보냈다 하더라도 눈높이와 자세를 낮춰 일자리를 구하라고 한다. 적자인생에 들어서기 전에 자녀에게 ‘올인’하는 걸 관두고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연금구조를 마련해 노후 고정수입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한다. 무엇보다 호기심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면 일상에서 삶의 기적을 발견할 수 있다니 인생, 참 심오하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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