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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李 “탄소세로 30조∼64조” 이러다간 제조업 뿌리 흔들릴 것

입력 2021-11-27 00:00업데이트 2021-11-2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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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그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저탄소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은 탄소세가 유일하며 저항 없이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온실가스 t당 5만∼8만 원씩 총 30조∼64조 원의 탄소세를 기업들로부터 걷어 이 돈을 자신의 복지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물리기로 하는 등 선진국들의 탄소세 강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한국도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법인세 예상세수(65조5000억 원)에 버금가는 규모의 탄소세를 갑자기 물린다면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은 곧바로 미래를 위한 투자와 신규 채용부터 줄일 것이다.

특히 한국은 상위 0.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1%, 1% 기업이 83%를 부담할 정도로 법인세 부담이 편중돼 있다.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 대부분은 수출 대기업, 에너지 관련 기업이어서 법인세를 많이 낸 기업이 탄소세 부담도 지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 중 일본 캐나다만, 그것도 제한된 형태의 탄소세를 도입한 것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탄소세를 내는 건 주로 기업이지만 물가가 오르는 건 국민 부담”이라며 걷은 돈을 모두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줘야 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탄소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이 문제라면 세금을 적게 물리거나, 늘어난 부담만큼 법인세 등을 줄여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한국 상품의 해외 경쟁력도 유지하면 된다. 탄소세를 물려 제품가격을 올리게 해놓고 비싼 상품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나눠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 시점을 10년 앞당기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도 더 늘리겠다고 한다. 현 정부 계획도 다수의 대형 제조업체, 발전소를 멈춰 세우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비현실적 목표란 평가가 나온다. 여기서 탈탄소의 속도를 더 높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세까지 기업에 물린다면 산업 공동화가 더 가속화하고 제조업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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