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에게 주어진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는 최대 5차례다. 예외는 없다. 이 시험에서 모두 탈락한 이들은 ‘오탈자(五脫者)’로 불린다. 올해 변시 결과가 나오면 로스쿨 도입 이후 오탈자 수는 총 20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변호사 자격을 얻을 방법은 없다. 변호사가 되려고 로스쿨 3년에 변시 준비 5년을 합쳐 8년을 써버린 터라 다른 직장을 찾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들은 ‘변시 낭인’으로 불린다.
▷전국 25개 로스쿨 중에는 법철학 같은 기본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아예 한 명도 없는 곳도 있다. 변시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은 강의를 개설하더라도 수강생이 없고 괜히 ‘왜 이런 과목을 들어야 하느냐’는 불만을 사기 십상이다. 반면 변시와 직결되는 형사소송법연습 같은 과목은 수강생이 넘쳐난다. 로스쿨 교수들 사이에선 “학교가 변시 학원이 됐다”는 푸념마저 나온다.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2012년 1회 시험에서 87.2%였던 변시 합격률은 2016년 이후에는 50% 안팎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스쿨이 처음 문을 연 2009년에 비해 지금 변호사 숫자는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만큼 시민들이 법률서비스에 접근하기 쉬워졌고 변호사 비용은 낮아졌다는 점이 로스쿨 제도의 대표적 성과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에 매달리던 시절의 낭비를 막고, 시험 위주의 법학 교육을 정상화시켰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바라보는 로스쿨 측과 변호사 업계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로스쿨 측에선 변시 합격률을 80% 선으로 높이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그러면 변시 낭인이 줄고, 다양한 법학 교육이 가능해지며, 합격률이 90% 이상인 의사 국가시험 등과의 형평성도 맞게 된다는 것이다. 더 늘어나는 변호사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흡수할 수 있다는 게 로스쿨 측의 주장이다. 반면 변호사 업계에선 로스쿨 정원을 축소하고 변시 합격자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서비스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인공지능(AI)이 저연차 변호사들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숫자가 더 늘어나면 경쟁 과열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업계에선 우려한다.
▷적정한 변호사 규모와 변시 합격률을 둘러싼 논쟁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로스쿨 측과 변호사 업계는 각자의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양측이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 17년 전 왜 로스쿨을 도입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로스쿨법에 적힌 것처럼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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