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제작한 스포츠 의족 ‘모토 니’를 착용하고 파라 스노보드 훈련 중인 마이크 슐츠. 마이크 슐츠 인스타그램 캡처
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파라 스노보드’ 종목에 출전하는 하지 절단 선수 10명 중 약 9명이 한 사람이 만든 의족을 착용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 슐츠 선수가 직접 설계·제작한 스포츠 의족 ‘모토 니’와 ‘버사 풋’이다.
공학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는 슐츠는 산악자전거에 쓰이는 충격 흡수 장치의 원리를 의족 무릎 관절에 응용했다. 직접 개발한 기술을 다른 선수들도 기꺼이 쓸 수 있게 해 과학기술로 패럴림픽의 정신을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슐츠는 2008년 스노모빌 경주 사고로 왼쪽 무릎 위를 절단했다. 프로 모터스포츠 선수로 14세부터 소형자전거 경주(BMX)와 스노모빌 레이싱에 출전해 온 슐츠는 절단 후에도 익스트림 스포츠 복귀를 포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의족이었다. 절단 후 슐츠가 처음 착용한 것은 시중에서 흔히 팔리는 보행용으로 설계된 의족이었다. 일상적인 걸음걸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모터스포츠처럼 격렬한 충격과 급격한 하중 변화가 반복되는 환경에서는 한계가 뚜렷했다. 보행용 의족의 무릎 관절은 앞뒤로 흔들리며 걷는 데 최적화돼 있어 굽힌 상태에서 다시 펴주는 복원력이 없다. 점프 착지나 급커브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할 장치도 갖추지 못했다.
공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슐츠는 오랜 스노모빌과 모터크로스 경주 장비를 정비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자택 차고에서 직접 의족 설계에 나섰다. 산악자전거에 쓰이는 충격 흡수 장치를 의족 무릎 관절에 응용한 것이다. 산악자전거가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받는 충격을 유압과 공기압으로 완충하는 것처럼 같은 원리로 점프 착지나 급격한 방향 전환 시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힘을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탄생한 모토 니는 특허받은 연결 기구와 250피에스아이(psi·제곱인치당 파운드 압력 단위) 조절식 충격 흡수 장치를 결합한 구조다. 공기 압력을 높이거나 낮추면 무릎 관절이 얼마나 쉽게 굽혀지는지를 조절할 수 있다. 충격 흡수 장치 안의 유체가 좁은 통로를 지나며 생기는 저항력으로 착지 충격을 흡수하고 내장된 스프링이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처럼 굽혀진 무릎을 다시 밀어 펴주는 역할을 한다. 보행용 의족에는 이처럼 굽힌 무릎을 다시 펴주는 복원력이 없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2013년 개발된 버사 풋은 발목 부위에 공기압 충격 흡수 장치를 넣어 관절 저항을 모방한다. 무릎이 굽혀질 때 일반 의족보다 발목 굴곡 범위가 훨씬 커 스쾃 동작에서 발바닥이 지면에 넓게 닿아 자세 안정성을 높인다.
스노보드에서는 의족을 앞발에 두느냐 뒷발에 두느냐에 따라 무릎과 발목의 각도와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의족이 앞발일 때는 무릎 관절을 곧게 세우고 뒷발일 때는 무릎을 더 굽힌 각도로 조정한다. 슐츠 본인은 의족을 앞발에 배치해 코스 내 롤러와 지형에서 속도를 내는 데 활용한다고 밝혔다.
슐츠가 2010년 설립한 스포츠 장비 전문기업 ‘바이오댑트’의 장비는 현재 파라 스노보드 월드컵 하지 절단 선수의 약 90%가 사용한다. 미국 패럴림픽 스노보드팀 하지장애 1등급과 하지장애 2등급 선수 전원이 모토 니와 버사 풋을 착용한다. 부상 군인과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등 100명 이상도 쓰고 있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는 11개국 26명의 선수가 바이오댑트 장비로 출전했다.
슐츠는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에서 은퇴한다. 은퇴 후에는 바이오댑트 대표로서 2028년 LA 여름패럴림픽과 그 이후를 위한 차세대 의족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다. 슐츠는 “선수 생활에서 물러나면서, 배운 모든 것을 다음 세대 선수들이 더 멀리 나아가도록 돕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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