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고담시장’ 이재명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1-10-20 03:00수정 2021-10-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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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후 고담시 닮아간 성남
가짜 모라토리엄으로 기만하고
대장동에선 무능 부패 드러내
조폭 같은 측근에 조폭 연루까지
송평인 논설위원
성남은 특별한 시군 기초자치단체다. 서울 강남에 인접한 배후지역이라는 위치 덕분에 강남 다음으로 아파트 값이 비싼 판교와 분당이 있고 실리콘밸리 같은 판교 IT 단지도 있다. 지방세만으로도 세수가 넘쳐 국가나 경기도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다시피 하니 간섭도 거의 안 받는다. 그래서 시장의 권력이 막강한데도 지방이라서 언론의 감시도 소홀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이 되자마자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했다. 전임 시장이 호화 시청사를 짓느라 돈을 펑펑 쓰긴 했지만 재정자립도가 그보다 훨씬 못한 지자체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본 적이 없다. 정작 돈을 받아야 할 국가 측은 한 해 수백억 원씩만 갚으면 된다는데 돈을 줄 쪽이 오히려 수천억 원 빚 타령을 하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리고 3년 뒤, 있지도 않던 모라토리엄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찬하더니 이후로는 넘쳐나는 세수에다 경기도의 가난한 시군으로 가야 할 돈까지 움켜쥐고 ‘나 홀로 퍼주기 복지’를 하면서 경기지사와 대통령으로 가는 정치적 가도를 닦았다.

대장동 개발은 그의 2014년 재선 이후 본격 추진됐다. 그는 자신은 100% 공영개발을 고집했지만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반대해 못 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그의 재선 이전에는 타당하지만 재선 이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다수를 점했기 때문에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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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담그기(double dipping)’란 말이 있다. 한 번은 공영개발에 담가 저가에 토지 수용을 한 뒤 또 한 번은 민간개발에 담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대장동 민간개발을 주도하다 이 지사에게 사업권을 뺏긴 업체에 따르면 민간개발만으로는 예상 수익이 3400억 원이었지만 관이 개입해 토지 수용에서만 6000억 원의 이득이 더 났다. 손해는 원주민 몫이었다.

이 지사는 100% 민간개발보다 더 탐욕적인 방식을 택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 손에 쥘 확정 금액에만 정신이 팔려 민간업체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나중에 막대한 민간업체 이익을 보고 그 일부를 빼돌리려 했는지는 다음 얘기다. 무능이냐 부패냐가 아니라 무능 기본에 부패 추가가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배트맨 시리즈에는 고담시라는 가상 도시가 나온다. 성남시는 이 지사 재임 이후 선량들 위에 약탈자들이 활개 치는 고담시를 닮아갔다. 이 지사, 정진상 캠프 부실장 다음의 ‘넘버3’였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대장동 설계를 지휘하면서 실무를 담당한 변호사(남욱)와 회계사(정영학)의 뺨을 후려갈길 정도였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출마할 때 선대본부장을 한 김인섭은 백현동 개발 시행사 대표를 협박해 지분 25%를 받아가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지사 측근들의 조폭 같은 짓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실제 조폭이 등장한다. 이 지사는 변호사 시절 조폭 사건을 수임했다. 성남시장 시절에는 그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기업에 중소기업인 대상을 줬다. 후임인 은수미 현 성남시장은 바로 그 기업으로부터 1년간 운전기사와 차량을 제공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이 항소심의 절차적 오류를 트집 삼아 벌금 90만 원만 선고하는 바람에 시장직을 유지했다.

그 조폭이 성남 국제마피아파이고, 출신 기업가가 이준석이고, 기업이 코마트레이드임은 검찰 공소장과 판결문에도 다 나온다. 국회 국감장 화면에 등장해 이 지사에게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박철민(수감 중)은 이준석 아래 조직원이었다고 한다. ‘돈 사진’의 진위 논란이 불거져 있지만 본인이 얼굴과 실명을 밝히고 ‘거짓이면 처벌받겠다’고 한 만큼 정식 고발 절차를 밟게 하고 검찰이 사실인지 무고인지 수사해 잘못을 가려내야 한다.

‘흐흐흐, 크크크’ 국감장에서 조커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조커는 사실 힘은 세지 않다. 그럼에도 위협적인 것은 규칙을 무시하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배트맨까지 쩔쩔맬 정도다. 이 지사는 모라토리엄 선언 때부터 조커적 재능을 보여줬다. 민주당에서조차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 거짓말까지도’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왔다. 조폭의 말이 그대로 믿기 어려운 만큼 이 지사의 말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어디 거짓말뿐이겠는가. 쌍욕에 표절에 범죄(전과 4범)까지. 이 불온한 기운을 멈춰 세워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이재명#모라토리엄 선언#고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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