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국민 재산이 약탈당하고 있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9-30 00:00수정 2021-09-30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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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탈을 쓴 민영개발 대장동
官의 인허가권이 생사여탈권이다
집 한 채 갖는 게 죄가 되는 나라
전 국민 無産者사회 만들려 하나
사진 동아DB
헛살았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다. 성남시장이 그렇게 대단한 자리인 줄 몰랐다. 수도권 중소도시 시장 자리가 누군가를 수천억 부자로 만들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인지 처음 알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는 특혜 의혹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성남시 공영개발 시스템을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 (대선) 캠프에 있느냐”는 질문에 나온 대답이다. 의혹의 인물이 대선 참모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려다 그만 천기누설을 한 것 같다.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도 “사실 9월 2일이라는 (보도) 날짜는 우리 (박지원 국정)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발설했다. 박지원과 만나 제보 의논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려다 엉겁결에 ‘정치공작’을 자백한 모양새다.

물론 이재명은 자신의 설계 덕분에 민간기업이 독식할 뻔한 개발이익 5503억 원을 공공 환수했다고 자랑해 마지않았다. 화천대유라는 민간업체에 비리 세력이 있는지 어찌 알았겠느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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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화천대유가 짠 컨소시엄을 왜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선정해 사업을 맡겼으며, 유동규는 왜 평소 이재명과의 친분을 과시했는지는 수사로 밝혀낼 일이다. 그보다 내가 충격 받은 건, 지방자치단체장 결심에 따라 특정 지역을 개발할 수도 있고, 특정 집단이 막대한 이득을 보도록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권력은 그렇게 대단하다. 관(官)이 쥔 인허가권이 민간에는 생사여탈권이다. 이재명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강자가 규칙을 어겨 얻는 이익은 규칙을 어길 힘조차 없는 약자의 피해”라고 했다.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 한다”는 거다.

그 규칙을 만드는 권력이 상식과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규칙을 고집해도, 국민은 약자일 뿐이다. 공영개발의 탈을 쓴 민영개발로 헐값에 토지를 내놔야 했던 대장동 땅주인들도, 분양가상한제를 비켜가 값비싼 아파트를 산 입주민들도 힘없이 재산을 약탈당한 셈이다.

어디 성남시뿐이랴. 권력이 공공의 이름으로 국민 재산을 뺏어가는 행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도를 더해 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의 땅을 강제 수용하는 공공개발은 문자 그대로 사유재산 강탈이다. 1980년 ‘전두환 국보위’가 만든 택지개발촉진법으로 문 정권이 적폐를 양산하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시행한다는 ‘누구나집’ 역시 공기업이 강제 수용한 택지를 민간업자에 팔아넘기는 민관이익사업이라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통탄을 했다. 일본도 1960년대 폐지한 민간아파트 분양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땅 한 뼘 없다고 문 정권의 약탈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세금 때문에 옴치고 뛸 수가 없다.

집값을 잡겠다며 거래세와 보유세를 올려대 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이사를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집권당은 집 한 채 달랑 가진 사람도 그 집에 오래 살수록 팔 때는 양도세를 더 내게 설계해 버렸다. 아파트가 빵이면 뜯어서라도 세금 낼 텐데 그럴 수도 없다. 후려쳐 팔고 줄여 사서는 세금만 바치다 죽든가, 무산자(無産者)가 돼 공공주택에 의지해 살 판이다.

차라리 내 집에서 늙어 죽겠다고 결심했던 나는 7월 다락같이 오른 재산세를 9월 또 내야 한다는 고지서에 기함하는 줄 알았다. 평생 일해 갖게 된 전 재산이 남편과 공동명의 아파트 한 채다. 그런데 감히 지아비와 부동산을 함께 가진 부녀자는 나이 먹을수록, 오래 가질수록 무겁게 종부세를 때린다니 이런 징벌이 어디 있나 싶다.

그렇게 뜯어간 혈세로 국정이나 잘하면 또 모른다. 능력은 없으면서 공권력만 강해 공물 거두기에 골몰하는 나라를 약탈국가라고 했다. 국민을 강자와 약자로 편 가르는 정치가 포퓰리즘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포퓰리즘 독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거창한 이념 아닌 권력자의 이권(利權)네트워크, 약탈정부를 위해서라고 포린어페어스지는 지적했다.

소유가 사라진 나라는 자유도 사라진다. 문 정권보다 더한 포퓰리즘 정치에서, 공공이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소유와 자유를 박탈해 권력자 이권네트워크만 떵떵거리는 약탈정부에서 5년 더 살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국민 재산#민영개발#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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