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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檢, ‘화천대유측이 유동규에 금품’ 사진 - 녹취 확보

입력 2021-09-30 03:00업데이트 2021-09-3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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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논란]
대장동 사업계획서 쓴 정영학에게서 녹음파일 등 10여건 입수, 진위 수사
김만배-남욱과 수익배분 논의 내용도… 화천대유-천화동인 사무실 압수수색
유동규-김만배-남욱 자택도 포함
‘대장동 개발 의혹’ 화천대유 등 압수수색 검찰이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은 이날 화천대유를 포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사무실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 및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계획을 설계하고,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사진)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담긴 사진과 녹취파일을 검찰이 입수해 진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27일 조사하면서 사진과 녹취파일, 휴대전화 녹음파일 등 10여 건을 제출받았다.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한 정 회계사는 2015년 화천대유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당시 사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약 2년 동안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를 포함한 사업 관계자와의 면담 및 통화 내용, 면담 장면 등을 녹음하거나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유 전 직무대리의 금품 수수 의혹이 있는 사진과 녹취파일이 포함되어 있다. 이 파일에는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측 누구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금품을 받았는지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고 한다. 또 정 회계사가 김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이 화천대유 수익금 배분을 논의하는 내용과 유 전 직무대리의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유원홀딩스와 관련된 내용 등도 녹취파일에 들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29일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씨, 남 변호사의 자택과 남 변호사가 대표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천화동인 4호 사무실 등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성남시 판교동의 유원홀딩스 본사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유원홀딩스 대표는 남 변호사 대학 후배이자 올 2월까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다. 화천대유의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정 변호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원’이라는 회사 이름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를 지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의 김태훈 4차장검사를 팀장으로 검사 17명 규모의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압수품 분석이 끝나는 대로 금품 로비와 관련해 주요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만배-남욱-정영학 녹취에 수익 배분-금품 로비 내용 담겨”
정영학, 檢에 녹취파일-사진 제출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6층 검사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변호인과 함께 출석해 검사에게 자료를 건넸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포함한 주요 사업 관계자와의 대화 녹취파일과 휴대전화 통화 녹음파일, 사진 등이었다.

여기에는 2010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설계하고, 2015년 화천대유를 민간 개발 사업자로 선정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52)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담긴 사진과 녹취파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가 2015년 대장동 개발 공모에 참여했을 때 사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하는 등 사업을 주도했던 정 회계사는 총 644억여 원의 배당금을 받은 이 회사의 핵심 내부 관계자였다. 그런 정 회계사가 내부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이다. 유 전 직무대리 등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 ‘금품 수수 의혹’ 사진과 대화, 통화파일 제출

정 회계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면서 증거 사진 몇 장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사진에는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측과 또 다른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단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낸 10여 건의 녹취파일에도 화천대유가 금품을 누구에게 어떤 경위로 전달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고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으로 유 전 직무대리 밑에서 민간 사업자 선정에 관여했던 정민용 변호사 관련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대화 녹취파일은 대부분 김만배 씨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세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를 녹음한 것이었다고 한다. 녹취파일에는 ‘천화동인 1∼7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발언도 있다고 한다.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 뜰’에 투자해 최근 3년 동안 각각 577억 원, 3460억 원을 배당받았다. 천화동인 1∼7호의 소유주가 모두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의 가족이거나 지인인 것으로 드러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수사팀에 10쪽 분량의 자필 진술서도 제출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의 금품 로비 등을 일부 시인하는 일종의 ‘자수서’였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여러 장 작성해 지인들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인들에게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진술서를 공개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 ‘600억 원대 배당’ 정영학은 왜 녹취 제출했나

남욱 변호사가 대표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사무실. 검찰은 29일 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 회계사의 제보는 검찰 수사팀이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의 진위를 수사 중인 검찰은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 민관의 이익금 배분 과정에서의 불법 특혜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사업 초기부터 화천대유에서 일해 왔던 정 회계사의 진술은 화천대유의 자금 흐름, 이익 배당금의 최종 용처를 규명할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와 2009년부터 12년 가까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해 온 동업자 정 회계사가 돌연 동업자들을 내부 고발한 이유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회계사가 최근 대장동 개발 사업의 배당금 배분을 놓고 동업자인 남 변호사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 추진 과정을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천화동인의 배당금은 비율이 정해져 있었지만 화천대유가 주택사업으로 올린 3000억 원에 이르는 수익금은 달랐다”면서 “이면합의가 있었거나 처음에 정해진 수익금에 대한 불만이 생겼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기자회견에서 계좌추적 대상 명단 15명을 포함시킨 것도 정 회계사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제보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출한 자료가 공개되면 대장동 개발 의혹의 윗선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핵폭탄급 위력을 가진 자료”라고 말했다. 다만 금품 로비 사건 수사는 사진이나 녹취파일만 갖고는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검찰의 수사 의지 등에 따라 그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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