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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현대패션의 서막[간호섭의 패션 談談]

간호섭 패션디렉터
입력 2021-09-29 03:00업데이트 2021-09-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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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아르데코 패션
1920년대 프랑스 매거진의 일러스트.
간호섭 패션디렉터
‘아르데코(Art Deco)’는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현대 장식 및 산업 예술 국제 박람회에서 기원했습니다. 아르데코는 프랑스에서는 Art Modern, 이후에 전성기를 구가한 미국에서는 Modern 또는 Stream Lined Modern으로도 불렸습니다. 모두 현대(Modern)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아르데코는 이전과 다른 예술사조였습니다.

앞선 예술사조인 아르누보(Art Nouveau)가 꽃과 나비 같은 자연물에서 모티프를 따고 이를 유기적인 곡선으로 표현했다면, 아르데코는 자연물을 도안화해 직선 위주로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였습니다.

아르데코가 등장한 시기는 과학기술 발달로 산업화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때입니다. 여기에 아르데코가 추구하는 단순미가 효율성과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기보다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기계와 예술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늘게 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영향으로 남성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했고, 이로 인한 생활과 사고의 변화는 여성들이 새로운 패션을 추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치렁치렁한 길이의 드레스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았고, 사회 활동에 어울리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패션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치마 길이였습니다. 1920년을 기점으로 치마는 짧아져 처음으로 종아리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때 아르데코 패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신여성의 옷차림, 플래퍼(Flapper) 룩이 등장합니다. 마치 소년처럼 납작한 가슴에 허리를 강조하지 않은 직선적인 실루엣 의상, 짧게 웨이브 진 헤어스타일, 그리고 빨간 립스틱으로 포인트를 준 메이크업은 플래퍼 룩의 상징입니다. 당시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재즈와 찰스턴이란 격렬한 춤 덕분에 의상은 더욱 가벼워졌고 부피도 줄게 됩니다.

그렇다고 멋을 포기한 건 아니었죠. 실루엣을 단순화한 대신 여러 겹 주름을 잡거나 자수나 비즈 등을 활용해 표면에 장식적인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의상 전면보다 후면의 등을 노출해 우아한 매력을 강조하고 이를 돋보이기 위해 실크, 저지, 벨벳 소재 등을 사용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과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매일 지나치면서 봤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은 아르데코 시대의 기념비이기도 했지만, 단순한 실루엣에 원과 삼각형 문양 그리고 빌딩의 수많은 유리창문이 마치 비즈가 장식된 아르데코의 드레스를 연상시킵니다. 이 마천루가 현대문명을 앞당겼듯, 아르데코 패션은 현대패션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간호섭 패션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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