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인찬]필리핀 코리안데스크

황인찬 논설위원 입력 2021-09-25 03:00수정 2021-09-25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필리핀의 대표적 부촌인 아얄라 알라방에 있는 그의 고급 저택에선 벤츠, 마이바흐, 링컨 등 외제차 10대와 각종 명품 가방들이 쏟아져 나왔다. 필리핀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조300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주범 A 씨(40)가 18일 현지 경찰특공대에 검거된 현장이었다. 이번 검거는 필리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인 ‘코리안데스크’가 무려 2년 동안 추적한 끝에 현지 당국과 함께 거둔 성과였다.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 해 살인 사건으로 1만 명이 죽는다고 하니 쉽게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총기 소유도 합법이다. 경찰서에서도 총기를 판매하고 10만∼20만 원짜리 조악한 사제 총도 판을 친다. 단돈 수백만 원이면 청부살인도 가능한 곳. 필리핀에서 8만 명 넘게 살고 있는 교민뿐 아니라 현지를 찾는 관광객의 안전이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경찰청은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늘자 필리핀 당국을 설득해 2012년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했다. 코리안데스크는 강력 사건의 수사 공조와 한국인 범죄자 송환에 집중하고 있다. 필리핀 한국대사관의 경찰 주재관이 재외 국민의 전반적인 안전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것과 달리 특화된 임무가 부여된 것.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사람은 총 2977명이었는데 인접한 중국(988명)에 이어 필리핀(657명)이 두 번째로 많았다. 필리핀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데다 섬이 7000개에 달해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 마닐라에 처음 설치됐던 코리안데스크는 카비테, 앙헬레스, 바기오, 세부, 다바오에 추가돼 총 6곳으로 늘었다. 한국과의 공조 수사 필요성을 필리핀 당국이 인정한 결과다.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2013년 한 해 12명이나 됐다. 하지만 2018년 3명, 2019년 1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한 명도 없었다. 코리안데스크가 현지에서 살인범 검거에 잇달아 성과를 거두자 한인 대상 범죄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주요기사
▷코리안데스크는 범죄가 많은 곳에 보통 ‘나 홀로’ 파견된다. 필리핀에서 마닐라만 2명이고 다른 곳은 혼자 일한다. 앙헬레스에서 코리안데스크로 3년간 일했던 한 경찰은 “외지에 혼자 있는 탓에 항상 안전에 불안을 느꼈다”면서도 “코리안데스크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 7월 보이스피싱 수사를 전담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에 코리안데스크가 추가로 파견됐다고 한다. 코리안데스크가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외국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한몫하기를 기대한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



#필리핀#코리안데스크#명품 가방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