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부모부터 자문해 보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1-07-28 03:00수정 2021-07-28 03:0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34>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부법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공부로 이토록 고통스러워할까. 왜 이렇게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공부로 괴로워할까.

공부의 의미부터 생각해 보자. 공부는 학업성취도, 문제를 풀어내는 학습에 국한된 좁은 의미가 아니다. 공부란 인간이 출생한 직후부터 죽을 때까지의 배움을 의미한다. 유아기는 앞으로의 배움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그릇’을 만드는 시기다. 그릇이란 공부를 가르치는 사람과의 정서적인 관계와 공부를 대할 때의 아이의 자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공부를 단지 학습능력이라고 생각하면 학업 성취에 몰두하게 된다. 빨리 가르치면 아이가 더 잘할 것으로, 많이 가르치면 아이가 더 잘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들은 모두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이다. 내용물보다 중요한 것은 그릇의 견고함이다. 그릇이 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내용물을 담아도 다 새어버린다. 공부는 넓은 의미의 배움으로 봐야 한다. 좁게 보기 시작하면 거기에서 실패가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배움이다. 이 때문에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다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부모가 그것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또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해질까?’ 이런 생각도 해봤으면 좋겠다. 만약 공부를 통해서 비인간적이 되고, 공부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욕하고 비난해서 결국 불행해진다면 이것은 공부를 잘못 알고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부는 학교를 다니는 잠깐은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지만 마지막에는 실패하게 된다.

이 시대의 부모들은 자식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 예전에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것조차 동의가 안 되는 시대도 있었다. 딸들은 일찍 일터에 나가서 동생들을 위해 생활비를 버는 것이 너무 당연시됐다. 한때는 자식이 노동력의 일부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경제적인 계층을 불문하고 그 사람의 인품과 성품, 학식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 그 점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모두 좁은 의미에 그친다는 점이다. 학업성취도가 높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공부라고 여긴다. 그래서 공부가 문제가 되고, 갈등이 되고, 전쟁이 되는 것이다.

주요기사
나를 포함한 우리 부모들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공부에 대해 어떤 정의를 가지고 아이를 공부시키고 있는가. 이런 큰 틀을 생각하지 않고 학업성취도로만 공부에 접근하면 결국 정서적인 관계가 망가지고 아이가 공부를 대하는 자세나 태도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학업성취도가 높고 낮고를 기대할 수도 없이 아이가 공부에서 손을 놓는다.

공부는 부모와의 좋은 정서적인 관계, 공부를 대하는 자세나 태도 등이 갖춰져야 잘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인 관계가 좋거나 아이가 공부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와 태도를 가지려면 부모가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치려고 할 때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가 좀 더 인간다워지고, 행복해지는 것. 그것에 적당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방법 또한 인간다운 것인지도 점검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 또한 아이에게는 공부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방법이 뭐든 부모 위주이고, 잔소리하고,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하는 것이라면 아이는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인간다워지라고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우리 부모들이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고 하는 것, 아이 학습을 계획하고 설명하며 문제 풀이를 해주는 것은 금세 한계에 부닥친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지식의 내용이 제법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지식을 잘 가르쳐줄 수 있는 교사나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인간다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아이가 공부로 진정으로 얻어야 하는 것은 자율성, 독립성, 문제해결력 등이다. 이것은 공부로 아이가 습득해야 할 능력이기도 하고, 이것을 갖춰야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학원, 과외, 인터넷 강의 등은 지식과 문제 풀이 능력은 키워주지만 자율성, 독립성, 문제해결력은 길러주지 않는다.

아이의 공부를 두고 양육에서 가장 애써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학업성취도에 목표를 두고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양육 상황 속에서 자율성, 독립성, 문제해결력 등을 키워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가 궁극적으로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에 훨씬 더 유리하다. 아이의 행복에 훨씬 더 필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공부#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공부법#부모부터 자문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