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방 결함 종합판 쿠팡물류센터, 한심한 재난예방 현주소

동아일보 입력 2021-06-23 00:00수정 2021-06-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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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일어나기 4개월 전인 올 2월 실시한 소방시설 점검에서 277건의 결함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 방화셔터, 완강기 등 소방시설 대부분에서 결함이 나왔다. 이 센터가 대규모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건 거의 다 받았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류센터 내부는 종이상자, 비닐 등 가연성 물질로 가득 차 있고 각종 전기설비가 복잡하게 설치돼 있어 화재 발생 시 반드시 초기에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스프링클러가 제때 적절한 범위로 작동하는 게 중요한데, 스프링클러 관련 결함이 60건이나 지적됐다.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줄 방화셔터 관련 결함이 26건 나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적된 사안들은 이번 화재 발생 전에 모두 시정됐다지만, 개선이 이뤄지기까지 상당 기간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시설들이 완전히 시정됐는지도 향후 수사에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최초 화재 신고 전에 현장 작업자가 보안요원에게 화재 상황을 알렸지만 묵살됐다는 주장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이번 화재가 불가항력의 재해였는지, 사람과 제도가 빚어낸 인재(人災)였는지 밝혀질 것이다.

물류센터처럼 대형 시설에 불이 나면 그 피해는 업체의 재산 손실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번 화재로 김동식 소방령이 희생됐고,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불티와 분진이 주변 농가와 주택에까지 날아갔다. 쿠팡 측은 김 소방령의 유족을 지원하고, 손해를 입은 인근 주민들에게도 보상할 방침이다. 사후에 피해자들을 돕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전에 피해가 발생할 소지를 줄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러려면 물류센터를 짓고 운영하는 업체들이 화재 예방과 조기 진화를 위한 시설을 처음부터 제대로 갖추고 관리해야 한다. 기업이 이런 기본적인 책무조차 등한시한다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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