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860만 반려동물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4-23 03:00수정 2021-04-2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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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그림자가 자주 드리웠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삶에서 반려동물은 믿음직한 친구였다. 그는 첫 원고료로 버터와 신발을 사는 대신 페르시아고양이를 입양했다. 작은 오두막 서재에서 글을 쓸 때 곁을 지키거나 함께 산책에 나선 건 ‘핑카’라는 이름의 개였다. 그가 핑카의 관점에서 쓴 ‘플러쉬: 어느 저명한 개의 전기’란 책은 울프의 저서 중 가장 많이 팔렸다.

▷국내 반려동물 860만 시대다. 전국 638만 가구에서 86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기른다. 개 602만 마리, 고양이 258만 마리다. 흥미로운 것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연령대다. 개는 30대와 60대, 고양이는 20대가 많이 기른다. 20대들은 “기혼자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 궁금했는데 고양이를 길러 보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게 흐뭇한’ 마음을 알겠다”고 한다. 고양이는 절대로 안 된다며 반대하던 중년 남성들도 일단 자녀가 고양이를 식구로 들이면 누구보다 애지중지하는 모습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 있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면서 ‘펫티켓’(반려동물 에티켓)이 중요해졌다. 반려견과 동반해 외출할 때에는 목줄과 가슴 줄, 소유자 연락처를 표시한 인식표 착용이 필수다. 맹견은 입마개도 꼭 씌워야 한다. ‘층견(犬) 소음’에 조심하면서 엘리베이터 같은 공용 공간에서는 반려견을 안거나 목줄의 목덜미 부분을 잡아야 한다. 내겐 소중한 반려동물이 누군가에는 위협이 될 수 있으니까. 반대로 남의 반려동물에게 불쾌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모든 동물은 생태계에서 존재할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권리의 평등은 개체와 종의 차이를 가리지 않는다’(세계동물권리선언 제1조). 이 선언은 세계인권선언 이후 30년 만인 1978년 선포됐다. 한국에서는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동물 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처벌도 대개 솜방망이 수준이다. 길고양이를 화살로 사냥하는 영상과 사진을 공유한 최근의 ‘동물판 n번방’ 사건 등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수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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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줄면서 반려동물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민 58%가 만성 울분을 겪는 요즘, 속이지 않으면서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은 국민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다. 일찍이 나이팅게일도 “반려동물은 환자들의 훌륭한 동반자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도 인간의 사랑과 돌봄을 필요로 한다. 어느 길로 산책할 때 좋아하는지, 토닥여줄 다친 마음은 없는지 그들의 시선에서 세심하게 관찰하자. 다정한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결국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고 성장시킨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반려동물#그림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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