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영]폴리페서, 권력에 달려드는 B급 불나방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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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곁에 간 문정인, 교수들 대선캠프行 신호탄
國政 망치고 대학 물 흐리는 폴리페서 사라져야

이진영 논설위원
이진영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경기도 국제평화교류위 공동위원장이 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바빠진 교수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달 세종연구소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문 특보 관둔 지 얼마나 됐다고” 하면서 부인하지만 다들 이재명 캠프로 옮겨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 폴리페서들에게 큰 장이 설 때가 머지않은 것이다.

문 정부 고위직에는 교수 출신들이 많다. 2019년 8월 주간동아가 노태우 정부 이후 국무위원 509명을 조사한 결과 현 정부의 교수 비중이 28%로 가장 높았다(역대 정부 평균 22%). 이후 임명된 이들까지 포함하면 국무위원 49명 중 교수 출신은 15명으로 30%다. 청와대와 위원회에도 교수들이 수두룩하다. 청와대 전·현직 정책실장 3명 모두 교수들이다.

폴리페서 정부의 성적표는 낙제점 수준이다. 문정인의 ‘연정라인(연세대 정외과)’이 주도한 4강 외교와 대북정책은 파탄 일보 직전이다. 장하성 홍장표의 소득주도성장으로 경기 좋아졌다는 사람 드물고, 김수현 변창흠의 공공주도 부동산정책 덕에 집 걱정 덜었다는 사람 못 봤다. 조국은 가족 비리로 나라를 두 쪽 낸 뒤 기소됐는데, 그가 주창했던 검찰개혁 탓에 부동산 투기꾼들 못 잡아들일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애초에 ‘일머리’ 없는 교수를 쓰는 게 아니었다고들 한다. 현 정부의 폐쇄적인 교수 풀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장관이 됐나’ 싶어 알아보면 여권 실세의 대학 학과 선배이거나, 담쟁이포럼 발기인이거나, 박원순계 인맥이다. 모 전직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다가 주류 교체에 실패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100% 내 편만 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대 목소리가 없으니 신호 바뀐 줄 모르고 좌회전만 하다가 추돌사고를 내는 것이다.

‘당성’으로 선별된 교수들에게 소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린벨트 안에 3기 신도시를 짓는대도 환경부 장관은 말이 없다. 대통령 탈원전 공약에 제동 거는 공무원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너 죽을래”라며 질책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하는 국토교통부에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라”고 하자 장관은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배신만 않으면 실적에 관계없이 퇴임 후 주요국 대사나 한국교직원공제회 또는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으로 갈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예전엔 무게감 있는 교수들이 기용됐는데 요즘은 A급은 빠지고 정치권과 부처 관료들 주위를 돌며 정부의 용역 사업에 기웃거리던 이들이 주로 간다”고 전했다. 강문구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정책 대안 제시보다 권력에 줄을 대려는 폴리페서 논란이 본격화한 계기는 노무현 정부”라고 했다. 2002년 대선 때 약세였던 노 후보를 지지한 소수의 교수들이 한 자리씩 차지한 게 ‘학습효과’를 내면서 보수 진보 정부 할 것 없이 교수들이 경쟁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고 대학 내 정치 양극화도 심해졌다는 것이다.

대선 시즌이 시작되면 ‘○캠프 참여 교수 1000명’ 식의 세 과시에 긴 줄이 늘어설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지방대들이 많아 생계형 폴리페서들의 합류도 예상된다. 나라를 구할 A급 인재와 “경제는 마차가 말을 끌게 하면 된다”는 듣보잡 공약을 파는 B급 C급들이 섞여 있을 게다. 국정은 국정대로, 대학은 대학대로 망가지지 않도록 지식인들의 자성과 옥석을 가려내는 대선 후보들의 안목을 기대할 뿐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폴리페서#권력#문정인#대선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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