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코로나 쓰레기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3-23 03:00수정 2021-03-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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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말이 요즘 자주 쓰인다. 그리스어로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와 지질시대 단위인 세(世)를 나타내는 접미사 cene의 결합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사용해 담론을 확산시킨 말로, 인류로 인해 빚어진 시대란 뜻이다. 46억 년을 버텨온 지구 환경을 인간이 70년 만에 훼손했으므로 1만7000년 전에 시작된 지금의 홀로세(Holocene·그리스어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라는 뜻)와는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시대는 인류세의 비극에 코로나 쓰레기를 추가하고 있다. 이 쓰레기는 코로나가 낳은 소비 변화의 결과물이다.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시키면 상점에 가서 살 때보다 포장이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에도 일회용 컵이 안심이 된다. 특히 한국은 빠른 속도와 배달의 효율을 자랑하는 나라답게 코로나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배달음식 주문이 많아진 게 주된 이유다. 지난해 플라스틱 폐기물은 전년 대비 18.9%, 스티로폼 등 발포 수지는 14.4% 늘었다. 비대면 쇼핑의 확산으로 택배 상자와 같은 종이 폐기물도 24.8% 늘었다. 코로나 쓰레기는 쏟아져 나오는데 소각 비용을 내지 않으려는 폐기물 업체의 무단 투기까지 늘어 걱정이다. 2019년 미국 CNN 보도로 국제적 망신이 됐던 경북 의성군 폐기물 처리장의 20만 t 규모 ‘쓰레기 산’은 지난달에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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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쓰레기를 이루는 플라스틱은 1907년 발명돼 주요 산업 자재로 사용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되면 생태계를 교란하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불행 중 다행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지금의 인류세에서 확산되는 점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앞으로 동참하지 않는 기업은 좋은 평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와 같은 소재로 필터를 만드는 마스크도 대표적인 코로나 쓰레기다. 그런데 한국화학연구원이 한 달 안에 퇴비화 조건에서 100% 자연 분해가 되는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K마스크가 신음하는 지구에 회복과 위로를 주기 바란다. 환경오염이 초래하는 기후변화는 최근 봄꽃이 피어나는 시기를 열흘 이상 앞당기고 꽃 피는 순서도 헝클어놓았다. 폴란드 망명정부 지폐 같은 쓸쓸한 낙엽을 봄날에 보는 재앙을 맞지 않으려면 코로나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필사적으로 해야겠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코로나 쓰레기#인류세#지구 환경#플라스틱#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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