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선미]사상 최저 혼인 건수

김선미 논설위원 입력 2021-03-19 03:00수정 2021-03-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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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반세기 만의 최저치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도 사상 최저인 4.2건으로 감소했다. 가장 많았던 1980년의 10.6건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로 결혼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경우가 많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결혼 적령기 남녀의 연애, 구체적으로는 마스크 쓴 남녀의 대면접촉 연애가 어려워진 건 아닌지 우려된다. 연애의 사전적 의미는 ‘성적(性的)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며 사귐’이다.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공포가 에로스를 약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확진자 동선이 낱낱이 드러나는 한국사회에서는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상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나는 사유하는 존재 이전에 행위하는 존재, 즉 몸(body)적 존재”라고 했건만.

▷미국에서는 코로나 이후 데이트 앱 시장이 호황이다. 보통 남성들이 애용하던 데이트 앱에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 일대일 화상 채팅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자기소개 프로필에 “나는 백신을 맞았다”고 올려 데이트 상대를 안심시키는 이용자도 많아졌다. 뉴욕타임스는 ‘세상의 끝을 위한 연인 찾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클수록 혼자인 게 두렵기 때문에 동반자 관계에 대한 갈망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아쉬운 대로 비대면 사랑이라도 키워 나가면 결혼이 늘어날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전망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국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2세, 여성 30.8세로 2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각각 3.9세, 4.3세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여성의 초혼 연령이다. 역대 최고치일 뿐 아니라 출생연도를 따지면 1990년대생의 결혼시장 진입이 코앞이다. 이 청년세대에게 결혼은 결코 필수가 아니다. 아무리 ‘노오력’(노력의 풍자어)을 한들 일자리도 집도 얻기 어려운데 어떻게 가정을 이뤄 아이를 낳고 키우는가. 사실상 미혼을 강요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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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건수는 출산율의 선행지표다. 결혼을 포기하는 ‘결포족’이 늘면 인구수축사회가 더 빨리 찾아온다. 경제활동을 해서 세금을 내는 국민이 줄기 때문에 국가 재정도 타격을 받게 된다. ‘90년생’은 왜 기성세대가 만든 불평등을 우리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100년 전 소설가 현진건이 쓴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 마시는 남편의 아내는 말했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90년생들도 말할지 모르겠다. “이 몹쓸 사회가 왜 결혼을 권하는고.”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혼인#건수#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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