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 홀로 협치’와 성급한 자화자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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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민생을 살리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루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위기 극복을 핵심적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지연도 이제 끝내주시기 바란다”며 조속한 공수처장 인선을 촉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과 기업규제3법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면서도 야당이 요구하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 특별검사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의 협조만 강조한 것이다. 협치가 어느 한쪽의 백기 투항이 아니라 여야 간 협의를 거쳐 이견을 조정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제라는 기본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현재 여당은 야당 추천위원의 공수처장 후보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11월 중으로 인선을 강행할 태세다. 야당의 거부권은 여당 스스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필수장치라고 약속한 것이다. 야당도 수긍할 만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를 공수처장으로 추천하면 될 일을 여당이 거부권 박탈 운운하며 압박하는 것은 반(反)협치나 다름없는 행태다.

문 대통령은 전년 대비 8.5%나 급증한 556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의 시대를 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코로나 이전부터 과도한 팽창예산을 편성해왔다. 이미 2018년 정부 예산안은 전년도보다 7.1%나 늘었고, 2019년에는 여기에서 9.7% 더 증가했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의 플러스 전환도 이전에 급속한 하락에 의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지 정부 경제정책의 성과라고만 단정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K방역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었다”고 했지만 그 성과는 생계위협을 감수하면서 방역지침에 적극 호응한 대다수 자영업자와 시민들에게 돌리는 게 옳다. 코로나 방역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한 리더십은 국민과 야당을 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성급한 자화자찬은 위기극복의 방책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코로나 위기가 일방적인 ‘나 홀로 협치’를 당연시하는 빌미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공수처 출범#기업규제3법#나 홀로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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