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이견, 美 탓만 할 건가[국방 이야기/신규진]

신규진 정치부 기자 입력 2020-10-27 03:00수정 2020-10-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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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과 회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신규진 정치부 기자
“지금부터 3년이면 충분하다.”

요즘 군에선 2006년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이 회자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분출하는 가운데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의 입장이 지금과 딴판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2007년 한미가 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2년 4월 17일’로 못 박을 때만 해도 미국은 전작권 조기 전환(2009년 10월)을 주장했다. 2003년 전작권 전환 운을 띄운 노무현 정부에서조차 이런 미국의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전작권 전환에 대한 한미 간 논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연기를 거듭했다. 2014년엔 구체적인 ‘시기’ 대신 ‘조건에 기초한’이란 단서가 붙게 됐다. 현 정부 당국자들은 이 ‘조건’이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 계획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작권 전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와 180도 달라진 미국의 태도에 대해 “몽니를 부린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당국자도 적지 않다.

사실 미국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입장 변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 정세 관리에 큰 위협이 되는 대국으로 성장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6·25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위대한 항미원조(抗美援朝)는 제국주의의 침략 확장을 억제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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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2018년부터 3년간의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도 북한이 핵 무력 증강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10일 노동당 75주년 창건일 열병식에서 고스란히 증명됐다.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전작권 전환이 당분간 힘들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현 정부 내에 만연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런 기류가 반영된 듯 14일(현지 시간)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령부 운용 능력을 검증하는 2단계(FOC·완전운용능력) 평가조차 내년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내년까지 올해 못한 2단계는 물론이고 마지막인 3단계 검증을 마치려 했던 정부에 사실상 ‘임기 내 전환’이 어렵다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청와대가 8월 서욱 국방부 장관을 발탁하며 전작권 전환 ‘드라이브’를 걸어온 데 이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까지 나서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일단 무위로 그쳤다.

사실 국방부 정책 부서 내부에선 SCM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들 한다. 전작권 전환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동맹 주요 이슈에서 미국에 요구할 부분이 많은 데 비해 양보할 ‘카드’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 군 고위 관계자는 “협상 여건이 점점 악화됐지만 정부 차원에서 조급하게 (전작권 전환) 드라이브를 건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수많은 전작권 조건 중 일부에 불과한 FOC 검증 일정조차 잡지 못한 SCM 실패에 대해 국방부는 “양국의 긴밀한 공조하에 안정적으로 추진 중”이란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SCM 추진단이 무례함까지 느꼈다지만 미국에선 오히려 ‘한국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군 요구사항이 사실상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건 동맹의 기본적인 의무에 대한 미국의 누적된 불만 때문이기도 하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올 초부터 공식석상에서 고강도 한미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 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미국이 강골 원칙주의자인 그를 내세워 “기본부터 잘하라”는 불만을 우리 군에 노골적으로 표출해 왔던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이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한다”는 이유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거나 연기되기 일쑤였다. 전작권 전환의 시기나 미래연합사 작전 운용 시스템에 대한 이견은 많지만 우리 군이 몇 년째 ‘전승의 조건’인 훈련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대다수 군 관계자도 공감하는 바다.

‘임기 내 전환’이란 목적 달성의 새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 달 미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외부 요인에 기대를 걸기에 앞서 내실 있게 우리 군의 훈련태세를 다잡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탓하기 전에 우리 군은 동맹의 기본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전시작전통제권#국방 이야기#신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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