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낙인에 조카는 학교도 못 가는데, ‘민폐 가족’이라니…”[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10-20 03:00수정 2020-10-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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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해양수산부 공무원 형 이래진 씨
이래진 씨는 “수색 때문에 지난달 22일 오전부터 동생이 탔던 무궁화 10호에 있었는데 오후 6시경 군에서 배에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해당 시간은 이 씨의 동생이 아직 피살되기 전이다. 사실이라면 군은 해당 공무원이 살아있는 것을 알면서도 구조나 구출 대신 월북 사유를 찾은 것이 된다. 안산=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유가족이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서야 할 우리 정부는 미온적이고, 답답한 유가족은 외신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여러 나라의 관심을 호소하고 직접 유엔 서울인권사무소에 조사를 요청했다. 피살 한 달이 다 되도록 우리 정부 어떤 곳도 유가족들에게 관련 상황을 설명해 준 적이 없다고 한다. 그사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가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이 사건을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명시한 보고서를 23일 유엔 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54·사업)는 “내 나라가 아니라 외국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한 번도 상황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게 사실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군이나 해경에서 진행 상황이나 관련 내용을 알려준 적이 없다. 뉴스를 통해 듣는 게 전부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23일 뉴스에서 동생의 피살 소식을 듣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통일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등에 전화를 했다. 다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라. 근데 아직까지 안 오고 있다.” (꼭 브리핑이 아니더라도 유족들과 연락할 일이 많을 텐데 라인이 없다는 건가.) “없다. 내가 유가족 대표인데…. 반면에 유엔 서울인권사무소는 일주일 새 두 번이나 관련 내용을 조사했다.”

―어떤 내용을 묻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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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보는 사망 경위, 해경에서 어떻게 조사하고 있는지, 실종 수색 과정, 정부가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유엔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게 이 사안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자료를 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월 26일 미국의소리(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사건의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샴다시니 대변인도 남북이 협조해 즉각적이고 공정하며 효과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결과를 공개하라고 했다. 킨타나 보고관도 한국 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불법적인 살해를 초래한 북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고….” (어디서 받은 자료인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 협조를 부탁하려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함께 찾아갔더니 줬다. 따로 유엔에서 보고를 받는 것 같았다.”

―동생이 원양어선 선장이었다고 하던데….

“동생과 나는 전남 완도수산고 어업과(현 어선운항관리과)를 나왔다. 동생은 졸업 후 뉴질랜드 근해에서 호키(hoki)라는 남태평양 명태와 오징어를 잡는 원양어선을 탔는데 1등 항해사로 있다가 마지막에는 선장을 하고 그만뒀다. 한번 나가면 보통 2년 정도 있으니까 힘들지…. 나도 배를 탔는데 선장 제의를 받았지만 배 타기 싫어서 그만두고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학교 출신들은 해양경찰이나 해상직 공무원에 경력특채로 많이 뽑힌다. 동생이 늦깎이로 40세에 공무원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선장까지 한 사람이 30여 km를 헤엄쳐 가려 했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간다.

“망망대해에서 빠져본 적 있나?” (있을 리가 있나.) “바다에 빠져 오래 있으면 해풍 때문에 가장 먼저 입술이 마르고, 바닷물을 먹게 돼 갈증이 극심해진다. 낮에는 수면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어 거리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손발이 부르트고 몸에서는 기름기가 다 빠져나가고, 오한과 두통도 온다. 그런데 아무 장비도 없이, 하다 못해 물도 준비하지 않고 달랑 구명조끼 하나에 뭔지 모를 부유물만 붙잡고 뛰어들었다고? 월북을 작정했다면 최소한 오리발이나 물안경, 비상식량, 물 같은 걸 준비하는 게 상식이지 않나. 실종 지점보다 북한에 훨씬 가까운 곳이 수두룩한데 선장까지 한 사람이 조류가 반대인 것도 상관하지 않고 뛰어들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바다에서 30여 km가 어느 정도 거리인지 감이 오나?” (어느 정도인가.) “아시아의 물개라는 조오련이 대한해협 48km 건너는데 음식도 먹고 쉬기도 하면서 13시간이 걸렸다. 먹지도 쉬지도 않고 ‘쌩’으로 헤엄쳐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1980년 8월 11일 0시 5분 부산 다대포를 출발한 조오련(당시 30세)이 대마도 소자키 등대에 도착하는 데 13시간16분10초가 걸렸다. 그는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해 배가 나올 정도로 사전에 지방을 키우고, 횡단 중 1∼2시간마다 영양죽을 먹었다. 비타민 소화제 커피도 수시로 먹었다고 한다.


국민이 피살됐는데 억울함을 서구 열강에 호소해야 하는 나라. 헤이그 밀사를 보낸 고종은 힘이 없어 그랬다 쳐도, 지금 이 나라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빠 잃은 아들에게 “나도 마음이 아프다”는 대통령.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월북자로 몰면서 할 말은 아니지 않나.


―그래도 해경은 인위적 노력 없이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동생이 바다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건데…. 앞서 말한 대로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장비도 없이 바다에 뛰어든다는 게 앞뒤가 안 맞지 않나. 진짜 월북하고 싶었다면 중국 단둥이나 강폭이 뛰어서도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두만강 부근이면 쉬운데…. 강화도 주변에도 더 가까운 곳이 널렸고…. 죽을 각오를 하지 않아도 쉬운 방법이 수두룩한데 왜 굳이 30여 km를 헤엄치는 방법을 택하나. 그것도 자기를 증명할 공무원증도, 주민등록증도 다 두고…. 군과 해경은 구명조끼 착용을 보니 미리부터 준비한 거라고 하는데 배 타는 사람이 구명조끼 입은 게 특별한 일인가.” (한강 오리배도 구명조끼 안 입으면 못 탄다.) “기승전은 없고 결론만 있다. 23일 뉴스로 동생의 피살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 해경에서 두 번 전화가 왔다. 동생이 평소에 북한을 동경했냐고, 북한에 대해 얘기한 게 있냐고 묻더라.” (그게 방금 동생을 잃은 형에게 할 말인가?) “어이가 없어서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느냐고 했다. 기가 막힌 게… 내가 21일 오후 동생의 실종 소식을 듣고 다음 날부터 수색에 참여했다. 군 발표대로라면 동생은 22일 오후 3시반경 북한 어선에 발견됐고 같은 날 밤 9시 40분경 사살됐다. 동생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걸 알면서 내가 수색하도록 방치한 거다. 말이 되나? 저쪽에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엉뚱한 곳을 수색하도록 내버려두다니.”

6일 유엔 서울인권사무소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는 이래진 씨.
―동생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나.

“좀 전(13일 오전)에 등기우편으로 왔다. 그런데 작성 날짜가 10월 8일이다.” (당신이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한 게 8일 오후 아닌가?) “오후 3시쯤이었는데… 그래서 시간상 정말 대통령이 편지를 읽어 보기는 했는지, 작성된 답신은 봤는지도 잘 모르겠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조카 편지와 함께 동생의 장인이 보낸 편지도 함께 전달했는데 답신에 장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니까. 만약 봤다면… 서두에 아버님, 아드님께라고 쓰는 게 보통 아닐까. 그래서 받은 그날 담당공무원이 바로 작성하고 공휴일과 주말은 우체국이 업무를 안 보니까 월요일인 12일 등기로 보낸 게 아닌가 싶다. 의전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와서 위로의 말을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집배원에게 등기로 전달시키는 건 아닌 것 같다.”

※인터뷰는 13일 이 씨 사무실에서 진행됐고, 대통령 답신은 14일 공개됐다. 문 대통령의 답신은 ‘아드님께’로만 돼 있고 장인은 언급되지 않았다.

―악성 문자나 댓글 비난이 심하다고 하던데….

“대통령 답신을 내 사무실 주소로 받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제수씨와 아이들이 사는 곳이 노출되면 안 돼서 내가 받아 보내줬다. 악성 메시지는 정말 엄청나게 온다.” (대깨문 문빠 이런 쪽인가. 뭐라고 하나.) “그런 것 같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만나는 걸 보니 벌써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월북이 자랑이냐, 돈 때문에 동생을 판다, 민폐 가족이다 뭐 그런 거…. 동생은 1남1녀를 뒀는데 정부가 월북 낙인을 찍는 바람에 고등학생인 조카(아들)는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있다. 친구들이 다 알 테니까…. 날이면 날마다 뉴스가 나오는데 모를 수가 없지 않나.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담임선생님 정도만 알고 있다. 친구들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고…. 아이는 아빠가 해외 간 줄 안다.”

―부모님이 상심이 크실 것 같다.

“아버지는 20여 년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께는 아직 알리지 않고 있다. 치매 증상이 있으셔서….” (뉴스가 그렇게 많이 났는데 아직 모르시나?) “드라마 정도 외에는 뉴스를 못 보게 하고 있다. 휴대전화도 안 갖고 계시기 때문에 아직은 모르신다. 언제까지 감출 수는 없겠지만 아직은 알리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이번 추석 때는 가족들이 안 모였나.) “우리가 5남 2녀인데 내가 장남이자 첫째고 동생은 넷째다. 전에는 모였는데 올해는 코로나도 있고, 이번 일도 있어서 모이지 말자고 했다. 30여 년 전인 1986년에도 사촌 누나가 완도에서 우리 군 경계병 실수로 총에 맞아 죽었는데 그때도 가족들의 트라우마가 엄청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피살 해양수산부 공무원 형 이래진#북한 우리 국민 사살#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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