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정권 달래려 주민인권 외면하는 ‘부끄러운 나라’ 돼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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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온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올해 조사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통일부가 1월 센터 측에 하나원 입소 탈북민을 상대로 한 조사 규모를 축소하라고 요구했고, 3월엔 아예 이 센터를 조사기관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어제 “다른 기관의 조사가 이미 진행되는 상황에서 센터 측이 뒤늦게 조사 규모 축소 방침을 수용하겠다며 참여 의사를 밝혀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14년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 온 민간단체가 조사에서 배제된 것은 그간 정부의 행태에 비춰 보면 놀랍지 않다. 정부는 북한의 협박 이후 대북전단 살포단체에 대한 수사는 물론 전단 살포 금지 입법화까지 나섰다. 11년간 참여했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도 2년째 발을 뺐다.

그런 모든 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김정은 정권을 절대 자극해선 안 된다는 대북 강박감에서 비롯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어제 9·19 평양합의 2주년을 앞두고 판문점을 찾아 “북측도 나름의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잇단 합의 위반에도 어떻게든 북한을 달래 대화로 끌어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인권 단체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에 입을 닫아선 안 된다.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목소리를 억누르려 해선 더더욱 안 될 일이다. 대화와 협상을 위해 다소 톤을 조절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설령 그렇더라도 해야 할 일과 말을 회피해선 안 된다. 침묵과 외면은 책임 방기이자 잠재적 공모다. 나중엔 창피해서 입조차 못 여는 한심한 나라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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