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고양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58〉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입력 2020-09-16 03:00수정 2020-09-16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세상을 인간 중심으로만 보면 다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이것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2003년도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존 쿳시의 소설 ‘노인과 고양이’는 동물을 둘러싼 모자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아들은 늙은 어머니가 못마땅하다. 자식 가까이에서 살라고 해도 다른 나라의 시골에 가서 길고양이를 돌보며 사는 게 도무지 못마땅하다. 그러다가는 숫자가 불어나 마을이 길고양이들로 가득 찰 것만 같다. 어머니는 조만간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이익과 동물의 이익이 충돌하면 당연히 인간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길고양이는 아예 없애는 게 좋지 않을까. 그가 어머니에게 길고양이를 돌보려거든 중성화를 시키라고 충고하는 이유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고양이를 돌보게 되었는지 얘기해준다. 어느 날 그녀는 산책을 하다가 더럽고 습한 지하수로에서 새끼를 낳는 고양이를 보게 되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 피골이 상접한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보통 때 같았으면 인간이 무서워 달아났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으르렁거릴 따름이었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선 목숨이라도 내놓을 태세였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어미란다.” 자신과 고양이 어미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아들은 그런 건 감상적인 생각이라며 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나 골칫거리가 되고 고양이가 새와 쥐와 토끼를 산 채로 잡아먹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어머니는 새끼를 낳고 있는 어미 고양이를 돕게 된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노가 없는 예스’의 문제였다며, 모든 것을 문제 해결의 차원에서만 보지 말라고 한다. 자기도 모르게 고양이의 ‘포로’가 된 어미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말이다.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아들은 어머니를 끝내 이해하지 못하지만, 스토리는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어머니의 마음에 공감하게 만든다. 아주 조금이나마.

주요기사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노인#고양이#인간 중심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