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펀드, 성장전략이 안 보인다[동아 시론/이정환]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입력 2020-09-16 03:00수정 2020-09-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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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육성-성과공유 취지는 긍정적… 선도적 기술개발로 이어질지 의문
기존 산업과 다른 혁신산업 성장경로, 수익확보-기업성장 플랜부터 짜길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정부는 올 7월 국가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디지털과 그린 산업을 성장의 양대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지원하는 민간투자 촉진 정책이 바로 이달 3일 나온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금융지원 방안’이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뉴딜 프로젝트의 성과를 높이면서 투자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현 금융지원책은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 따르는 리스크를 정부가 일정 부분 부담하고, 디지털 및 그린 산업 인프라에 대한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뉴딜 인프라 펀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뉴딜 관련 산업 성장의 혜택을 공유하려는 취지로 뉴딜 관련 지수를 만들고 이에 연동하는 ‘민간 뉴딜펀드’를 만들려고 한다. 혁신 기술과 산업을 키우고 그 성과를 일반인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현 뉴딜펀드 정책은 긍정적이다.

뉴딜펀드와 관련해 관제 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거나 원금 보장과 관련된 논란이 있다. 필자는 이런 논란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뉴딜펀드를 통한 자본 조달이 실제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까’와 ‘이 펀드가 기업과 산업을 성장시키고 국가 경제에 기여해 투자의 과실을 국민이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필자가 이런 우려 섞인 질문을 하는 것은 ‘고위험-저수익’이라는 기술 혁신의 특성뿐 아니라 혁신 기업이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경로나 효과가 기존의 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혁신 기술의 위험과 수익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뉴딜펀드가 집중적으로 투자할 디지털 및 그린 산업은 기술이 중심이 되는 분야로 혁신 산업의 대표 격이다.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혁신 기업들이 산업의 지평을 바꿀 만한 기술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반면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은 낮은 확률을 상쇄할 만큼 높다. 기술 개발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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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에서 선도적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고수익-고위험’이 아니라 ‘저수익-고위험’ 투자에 가깝다. ‘고수익-고위험’ 투자가 되려면 거대한 소비시장을 통해 매출을 키울 수 있고, 개발된 기술을 높은 가격에 인수할 잠재적 매수자가 있어야 한다.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있는 미국 시장이 그런 예다. 해외 벤처펀드는 10년 이상 장기로 투자하는 반면 국내 벤처업계는 낮은 수익률 때문에 위험을 낮추려고 3∼5년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전체를 선도할 혁신 기술 개발은 착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육성책은 민간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이러한 선도적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투자 정책은 자본 조달에 집중할 뿐 선도 기술의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는 방안에는 소홀한 편이다. 특히 디지털 뉴딜에 비해 수익률이 낮을 가능성이 큰 그린 뉴딜 분야에서는 기술 혁신 없이 부실 투자가 될 우려가 더욱 크다. 정책 펀드를 제공하는 동시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아 기술 개발을 촉진했던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 정책’을 정부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해 국민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혁신 기업을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켜 장기적으로 국내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전략도 강구해야 한다. 실제 2010년대 초 이스라엘에서는 정책 펀드를 통해 기술 개발에 성공한 스타트업 수가 늘었지만, 이 중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돼 스타트업 분야의 고용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자본 조달 및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정책을 제시했다. 최근 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현 뉴딜펀드 정책은 자금 조달에 집중한 반면 혁신 기업들을 성장시키고 국민 경제에 기여하는 과정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

과거에는 산업에 자본이 투입되면 제품이 생산되고 수익이 창출되면서 고용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명확했다. 그러나 혁신 산업의 경우 자본을 투입한 뒤 수익을 내고 고용이 창출되는 과정과 효과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세금을 쓰는 정부 주도의 혁신 기업 투자 정책은 ‘자금 조달-기술 개발-기업 성장-국민경제 성장’이라는 하나의 시스템 관점에서 운영돼야 한다. 지금처럼 수익성 확보와 기업 성장을 위한 전략적 플랜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자금만 공급한다고 국민 경제 성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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