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똑 부러지게 잘하기를, 야무지게 잘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똑 부러진다는 것, 야무지게 잘하는 것에는 늘 남과의 비교가 들어가 있다. 부모의 마음 안에는 그 ‘남’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늘 어떤 누군가와 내 아이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비교는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비교해서 우리 아이가 우등한 것이 아니라 열등하다고 느껴지면 못 견딘다.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어? 이걸 못하네. 왜 못해?”라고 생각한다. 그 나이에서 당연한 수준인데도 ‘못한다’는 사실만 크게 와닿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언젠가 밥을 같이 먹었던 친구의 딸은 포크질을 잘했다. 그래서 칭찬을 해줬다. 그 애는 우리 아이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났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포크로 뭘 집기만 하면 자꾸 흘렸다. 실수하는 아이를 보니 불현듯 그 친구네 아이가 떠오르면서 비교하게 된다. 대놓고 “야, 누구누구는 너보다 한 달이나 늦게 태어났는데…”라고는 안 하지만, 우리 아이가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어 견디기 힘들다. 왜냐하면 열등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의식적으로 구체화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가 앞으로 많은 경쟁에서 제대로 못 해낼 것 같고, 제대로 못 해냈을 때 부모로서 내가 언제까지 뒷바라지하고 책임을 져야 하나 하는 막중한 부담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으이구, 몇 살인데 포크질도 제대로 못 하니?” 하면서 화가 나는 것이다.
첫아이일 경우 더 심해진다. 첫아이 때는 육아에 대해 온통 모르는 것뿐이다. 그래서 첫아이는 열이 나서 보채면 무섭고 눈물부터 난다. 책이나 병원에서도 아이가 열이 나면 좀 보챌 수 있다고 했지만,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으면 당황스럽다. 그런데 둘째 때는 열이 좀 나도 아이를 안고 마냥 울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보채면 “열 나서 그래. 열 떨어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해 줄 수 있게 된다. 아이가 똑 부러지게 하는 것을 바라는 것도 그와 같다. 그래서 첫아이에게는 더 심하게 군다. 똑 부러지게 제대로 하기를 더 많이 요구한다.
“너는 왜 그렇게 못하니? 다른 사람은 잘하는데”라는 말을 들을 때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 어른인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기분이 어떤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기분이 나쁘다. “이렇게 해 봐”가 아니라 “너 왜 이렇게 못하니?”라는 말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다. 무시를 당하는 아이는 그 일을 다시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길까? 남도 아니고 부모가 나를 무시하는데 제대로 열심히 하고 싶어질까? 많은 아이들이 무시를 당하면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진다. 부모와 자녀 관계도 나빠진다.
‘똑바로’, ‘제대로’ 하라는 것은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조금 큰 아이들한테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하는 말 중 하나가 “하려면 제대로 하고, 제대로 안 할 거면 하지 마”이다. 아이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제대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잘하지 못하면 할 필요가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아예 시도조차 안 하려고 든다. 결과보다는 열심히 하는 과정을 칭찬하고 독려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너 똑바로, 제대로 못해?”라는 말을 듣고 크면 스스로 ‘나는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나는 잘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라고 생각하게 될 위험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글들을 보면 부모들은 불안해진다. 세상에는 뛰어난 아이가 많은데 우리 아이만 못하는 것 같다. 부모는 불안해지면 극성스러워지고 아이를 달달 볶게 된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 똑똑해 보이는 아이, TV에 나오는 아이, 혹은 동네 ‘엄친아’라고 소문난 아이에 대해 우리가 모든 부분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의 일부만 보고 우리 아이와 비교한다. 총체적인 한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각 부분을 떼어 부분마다 굉장히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 아이는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똑 부러지게 제대로 못할 때 내가 자꾸 화가 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기준을 점검하는 일이다. 만약 내 기준이 그리 높지 않다면 다음으로는 아이를 점검해야 한다. 아이가 계속 또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내가 아이를 지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아이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어쩌다 또래만큼 못 해내는 것은 괜찮다. 지속적으로 못한다면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부모는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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