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에 교육자적 책임감을 기대한다[동아 시론/이성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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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로 전교조 합법화 길 열려
전교조는 이를 ‘승전보’로 간주 말고
‘참교육’ 제시해 국민에게 검증받아야
교육자로서 열정 능력 책임감 보이길
전교조에 대한 맹목적 비난도 부당
분열된 교육계 바로잡는 노력 필요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대법원이 내린 판결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교육계의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의 결과가 전교조의 세력 확대와 강성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많은 학부모들과 학교들도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전교조에 대한 편견이나 속단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전교조 성장의 역사와 이제까지의 투쟁 행태를 토대로 볼 때 이미 확고한 영향력을 확보한 전교조의 거대화와 활동노선의 강경화를 단순히 기우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 시점에서는 금번 판결을 계기로 전교조가 활성화할 것임을 전제로 향후 교육 발전을 위해 전교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본문에서 필자는 향후 전교조의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판결을 선거에서의 승리처럼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 전교조는 자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계는 전교조 대 비(非)전교조라는 이분법적 대결구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전교조가 대법원의 결정을 승전보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금번 대법원의 판결이 그 논리적 타당성이 빈약하고 이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 다수 의견의 요지는, 전교조가 현행법을 위반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시정 요구를 거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법외노조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해직자의 노조원 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상위법은 인정하지만 이를 위반한 노조를 법외노조로 규정하는 하위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인데, 그 논리적 타당성을 수긍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전교조는 법외노조일 때도 강성 투쟁을 일삼았는데 합법노조의 지위를 얻은 이 시점에 조직을 거대화하고 활동노선을 강경화함으로써 교육계에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이를 단순히 정치적 진영논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전교조의 투쟁 전략이나 행태 그리고 국민들의 전교조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토대로 볼 때 이러한 우려는 상당한 정도의 근거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전교조의 피해의식이다. 이제까지 전교조는 약자를 자칭하며 전교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의 규제를 부당한 탄압과 핍박으로 간주해 왔으나, 이런 구도화는 더 이상 호소력을 갖기 어렵다. 금번 판결로 전교조는 더 이상 법외노조가 아니며 약자는커녕 오히려 강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교조는 이상과 같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종래의 투쟁 일변도의 활동노선을 종식함은 물론이고 이제 그들이 표방하는 ‘참교육’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명확히 제시해 이를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광우병 시위 참여가 왜 정규 수업보다 중요하고 경쟁이나 선발 없는 학교교육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확실히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탈(脫)법외노조 후 전교조에 주어진 지상과제인 셈이다.

이 같은 전교조의 노력과 병행하여 전교조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이나 일방적인 비난도 경계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입장은 각자의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러한 입장 차이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분열된 우리 교육계에 대한 반성과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전교조 대 비전교조의 갈등과 대결보다는 상호 간의 대화와 의사소통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전교조에 합법성을 부여했지만, 국민들이 그들의 도덕적 우위(moral superiority)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의 교육자로서의 열정과 능력과 책임감이다.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편견은 부당하다. 그러나 그들만이 참교육의 실천자라고 믿는 독선은 위험하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교육에 대한 전교조의 독선을 야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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