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부의 상징? 국세청장 ‘법인 슈퍼카’에 칼 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25일 13시 54분


임광현 국세청장. 2026.3.5 ⓒ 뉴스1
임광현 국세청장. 2026.3.5 ⓒ 뉴스1
초고가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산 뒤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에 대해 국세청이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선다. 2024년 법인용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된 뒤 급감했던 고가의 법인차량 신규 등록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세청은 이들 차량이 사적으로 유용되는 ‘무늬만 법인차’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사진)은 25일 X에 글을 올려 “국세청은 현재 고가 법인차량의 취득·운행·비용처리 내역 등을 철저하게 분석 검증 중에 있다”며 “사주일가의 사적 유용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임 청장은 “국민들께서는 주말 골프장이나 리조트에 세워진 연두색 번호판의 초고가 스포츠카를 보며 ‘저 차량이 정말 업무용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보신 적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일부 자산가는 수억 원대 슈퍼카를 회사 명의로 구입한 뒤 가족 외출, 골프, 유흥업소 방문 등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4년 1월부터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인 법인차량을 새로 사거나 등록을 변경하면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했다. 눈에 띄는 번호판을 달아 한 눈에 초고가 법인차를 식별하게 하기 위해서다. 법인 차는 구입비, 유류비, 보험료 등을 법인 경비로 처리해 법인세, 종합소득세 등을 낮출 수 있어 일부 자산가 및 법인 대표가 탈세 수단으로 악용했다.

정부는 법인 명의 초고가 차량 번호판을 달리 해 눈에 띄게 만들면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023년 5만1542대였던 1억 원 이상 법인 명의 신규 등록 차량 수는 2024년 3만3960대로 34.1%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은 3만9429대로 다시 증가했다.

임 청장은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행위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가 아닌 명백한 탈세 행위”라며 “과거 세무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고가 법인차량의 사적 유용 행태가 적발된 기업은 다른 유사 법인 대비 추징세액이 큰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고급 외제차를 사서 회장 아들이나 손자가 끌고 다니는 사례가 요즘은 없나”라고 묻자 임 청장은 “(번호판) 색깔을 달리한 슈퍼카를 타는 게 오히려 ‘플렉스’라며 유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세무조사에 착수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임 청장은 이날 “조세 정의 실현뿐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이 같은 사적 유용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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