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윤정 씨(33)는 웨딩 촬영을 앞두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견적을 받아보고는 드레스 대여 대신 직접 구매를 결정했다. 마음에 들었던 유명 브랜드 드레스의 대여료가 3벌 기준 200만~300만 원대로 비싸다고 생각해서다. 김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같은 브랜드의 중고 드레스가 50만 원에 올라온 것을 보고 구매하기로 했다. 김 씨는 “촬영용으로 한 번 입는 옷에 수 백 만원을 쓰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차라리 사서 입고 다시 중고로 판매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물가 여파로 결혼 비용에 부담을 느낀 예비부부들의 웨딩 소비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스튜디오 촬영과 고가 드레스, 전문 메이크업을 한데 묶은 ‘스드메’ 패키지에 수백만 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꼭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직접 준비하는 ‘실속형 웨딩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드레스와 촬영 소품을 구매한 뒤 다시 되팔거나, 온라인몰에서 10만 원 안팎의 저렴한 촬영용 의상을 직접 마련하는 식이다.
25일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에 따르면 올해 2월 14일~5월 13일 3개월간 ‘웨딩 촬영 소품’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을 보면 같은 기간 웨딩 부케 거래량은 166%, 부토니에는 142%, 웨딩 베일은 129%, 티아라는 79% 늘었다. 웨딩 드레스와 턱시도 거래량도 각각 74%, 87% 늘어나는 등 예복 거래도 활발해졌다.
결혼 준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노하우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예비부부들은 ‘웨딩슈즈 240’, ‘웨딩 베일’, ‘부케 세트’처럼 품목과 사이즈를 조합한 키워드 알림을 설정해 원하는 상품을 찾고 있다. 예식이나 촬영이 끝난 뒤에는 다시 같은 플랫폼에 내놓는 ‘재당근’ 글도 빈번하게 올라오고 있다.
과거에는 드레스샵에서 2부 드레스나 촬영용 드레스를 함께 대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의상을 구매해 이후 하객룩, 돌잔치까지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패션플랫폼 W컨셉이 진행한 ‘세러모니 웨어’ 기획전 3~4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가파르게 오른 결혼 비용 부담이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4월 전국 평균 결혼서비스 비용은 214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식대가 1316만 원으로 전체의 61.5%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고, 대관료 435만 원(20.3%), 스드메 319만 원(14.9%) 순이었다. 식대와 대관료처럼 줄이기 어려운 고정 비용이 전체 결혼 비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예비부부들은 상대적으로 조정 가능한 스드메에서 비용을 줄이고 있다.
고물가와 함께 결혼식을 바라보는 MZ세대의 달라진 인식도 이러한 트렌드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9~49세 미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결혼식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7%는 “고가 예식장이나 스드메 등 결혼식 자체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은 낭비”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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