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누리꾼의 이효리 공격[횡설수설/안영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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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송환법’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던 작년 10월,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리 단장은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글을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그러자 ‘중국 돈만 사랑하는 NBA를 보이콧하자’는 중국 누리꾼 댓글이 빗발쳤다. 중국 스포츠 시장에 진출했던 NBA 측은 결국 퇴출 운동과 스폰서 중단 압박 앞에 무릎을 꿇었다.

▷2016년 미국 팝가수 레이디 가가는 티베트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정치와 관련 없는 명상과 수행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은 비난 댓글 수만 개를 올렸고, 중국 정부도 가세해 향후 그의 중국 공연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최근 가수 이효리가 중국 누리꾼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작년 홍콩 사태 때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시원이 홍콩인들을 응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은 데 이어 한국 연예인이 또다시 표적이 된 것. 이효리는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에서 캐릭터 활동 예명으로 “글로벌하게 중국 이름으로 짓자”며 “마오 어때요?”라고 했다가 악플 세례를 받았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지도자 마오를 조롱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결국 방송국 제작진이 논란이 된 부분은 유료 서비스에서 편집하고, 마오 이름을 쓰지 않는 것으로 ‘굴복’했다. 이에 한국 누리꾼들이 일부 중국인들의 반응이 지나치다고 반박해 한중 감정싸움으로 번져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즉 마오는 중국에서 거의 신적인 존재로 떠받들어진다.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성루에 내걸린 마오의 대형 초상화는 ‘신중국’의 상징처럼 간주되고, 삼국지의 관운장처럼 재물신(財物神)으로 추앙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설령 마오가 중국인들에겐 그런 존재라 하더라도, 한국 연예인이 정치적 의미를 담지 않고 단순히 한국인에게 익숙한 중국 성(姓)씨를 예명으로 거론했다 해서 ‘좌표’ 찍어 협박하는 행태는 결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일부 중국인들의 댓글이 온라인상 표출되는 다양한 의견이라고 하기에는 수상쩍은 구석도 있다. 중국에는 1건 게시당 5마오(五毛·0.5위안·약 85원)의 정부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우마오당(五毛黨)이란 관변 댓글부대 조직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대 2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우마오당은 최근 국제무대로 본격 진출했으며 이들 중 일부가 한국 온라인에서도 여론 조작용 댓글을 달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효리에 대한 일부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이 특히 우려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영배 논설위원 ojong@donga.com
#홍콩 송환법#이효리#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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