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금융’ 빨라지는데 은행은 점포 폐쇄 말라니[광화문에서/정임수]

정임수 경제부 차장 입력 2020-07-28 03:00수정 2020-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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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경제부 차장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최근 1년간 회사 연수차 미국에 머물면서도 은행 갈 일이 거의 없었다. 체이스은행 계좌를 처음 개설할 때와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딱 2번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나머지 업무는 스마트폰 앱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해결했다. 3월 중순부터 체이스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미국 내 5000개 지점 중 1000곳을 임시 폐쇄했지만 불편은 없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은행들의 점포 폐쇄는 오래된 풍경이다. 미국에선 지난 10년 동안 1만2000개 지점이 사라졌다. 최근 코로나가 불러온 ‘언택트(untact·비대면)’ 바람은 그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2012년 7681곳이던 국내 은행 점포는 작년 6710개로 줄었다. 올 상반기에만 4대 시중은행에서 영업점 126곳이 문 닫아 지난해 폐점 수(88개)를 뛰어넘었다.

그러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윤 원장은 21일 임원회의에서 “은행 점포 폐쇄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비공개로 열리는 임원회의의 원장 발언을 보도자료까지 내며 알린 건 은행권에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과 다름없다. 이미 금감원은 지점 폐쇄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은행 점포 폐쇄로 발생할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을 막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모바일·인터넷뱅킹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 등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금융권 차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감독당국이 은행들의 점포 축소를 틀어막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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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행 창구를 통한 대면 업무 비중은 7.9%에 그쳤다. 고객 발길이 끊기면서 높은 임차료와 인건비가 들어가는 비(非)수익 점포 문제로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은 지 오래다. 초저금리, 잇단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이 군살 빼기를 하려면 점포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코로나로 비대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은행 점포 폐쇄까지 간섭하는 것은 시대 흐름을 역행한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관치 논란을 부를 뿐이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취약계층을 보호할 다른 수단은 없는지, 은행 점포 유지 효과가 얼마나 생산적인지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고령층 금융소비자 보호가 핵심이라면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거는 대신 은행권이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에선 은행 지점 축소에 대비해 ‘은행 대리업’을 허용하고 있다. 유통·통신사 등 비금융사가 은행과 제휴해 예금, 대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이 가까운 편의점, 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3800여 개 우체국을 활용 중인 일본 유초은행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서둘러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래 금융산업 패권을 놓고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감독당국의 은행 점포 관리도 이 같은 금융빅뱅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수익 안 나는 비효율 점포를 붙들고 있을수록 은행발(發) 금융 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언택트 금융#은행 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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